기도와 함께 닦아야 할 덕행 ② ‘이탈’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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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를 위한 필수 덕목인 이탈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탈에 있다. |
기도를 위한 필수 덕목인 ‘이탈’의 정신
성녀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은 자신의 제자 수녀들을 비롯해 당시 많은 신자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누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기도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보면 처음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기도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도를 제대로 하기 위한 올바른 삶의 준비에 대해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녀는 기도가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기도를 위해 닦아야 할 필수적인 덕목 중에 하나로 ‘이탈’(離脫)의 정신을 들 수 있습니다. 기도는 기본적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그분을 내 삶 안에, 내 마음 안에 받아들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하느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 8장 전체를 할애해서 이 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이탈이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성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합시다. “이탈…이것만 철저히 지키는 날엔 모든 것은 그 안에 다 있는 것입니다”(「완덕의 길」 8,1). 그보다 조금 뒤에서 성녀는 이렇게 힘주어 가르칩니다. “정을 떼지 않은 자, 건전하지 못한 자로 자처하여야 할 것이니 그는 영신의 자유를 가질 수 없고 오롯한 평화를 지닐 수 없는, 의사가 필요한 사람일 것입니다”(「완덕의 길」 8,3). 또한 성녀는 다른 곳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조심을 게을리하여 내 뜻을 끊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일을 살피지 않으면 별의별 일들이 생겨서 영신의 거룩한 자유를 박탈할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진토와 납덩이의 짐에 눌려 하느님께로 날아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완덕의 길」 10,1).
천상으로 데려갈 영적 날개인 거룩한 자유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이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어떤 것이든 피조물에게는 우리 자신을 건네지 않는 것”, ②“오직 하느님만을 온전히 끌어안는 것”, ③“우리 자신을 남김없이 전부이신 분께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천상을 향해 날아가려는 영혼에게 이탈의 덕이 부족한 것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성(聖性)의 고지에 이르려면 ‘거룩한 자유’가 필요하고 이 자유를 통해 날갯짓해야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나뭇가지나 봉우리에 앉아 세상이 주는 하찮은 먹이를 받아먹으며 즐기기만 한다면 날갯죽지의 힘도 빠지고 날아야 할 이유도 잊어버려 아예 날려고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경우, 욕구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빨대상어가 배에 들러붙어 있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나아가려 해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또 아무리 가는 실일지라도 새가 실에 묶여 있으면 결코 날아오를 수 없으니 절대 그 어느 것에도 애착하지 말고 매이지도 말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집착하고 매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세상 것에, 사람들에게 마음을 뺏긴 내게 탓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세상 어느 것에도 빼앗기지 않도록 늘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야 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그러기 위해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효과적인 방법을 권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은 일체가 허무(虛無)요 모든 것이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는 것입니다. 덧없는 것에서 정을 떼고, 다함이 없는 것에 정을 두는 일입니다. 이것이 변변치 못한 방법 같을지 몰라도 실천해나가다 보면 영혼을 아주 굳세게 만들 것입니다. 작고 작은 것에라도 행여 정을 붙일까 조심을 하고 힘써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리십시오”(「완덕의 길」 10,2).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탈
성녀 데레사는 이탈을 ‘외적 이탈’과 ‘내적 이탈’로 구분했습니다. ‘외적 이탈’은 제반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포기와 단절을 말하며 마음속까지 완전히 이탈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성녀는 가르칩니다(「완덕의 길」 13,7). 그러나 이보다 성녀는 근본적으로 영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내적 이탈’을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외적 이탈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내적 자세이자 성성을 향한 여정의 강력한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탈에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가족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첩첩산중에서 면벽 수행을 한다 한들,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욕심으로부터 떠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수고는 허사일 뿐입니다. 세속의 온갖 허영과 욕심, 사라져 없어질 것들에 대한 애착을 끌어들이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도둑 중에 가장 무서운 도둑이 집안 도둑이며 그것이 자신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봉쇄 수도원에 살아도 그 누구보다 세속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세속 한가운데 살아도 자신으로부터 이탈하고 자신을 넘어선 사람, 주님만을 바라보며 마음의 봉쇄를 지키고 거룩한 자유를 키우는 사람은 성성의 길에서 확실한 도약대를 마련한 사람으로 그는 완덕의 산 정상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천상으로 날아가게 해 줄 영적 날개인 거룩한 자유가 꺾이지 않도록 여러분을 여러분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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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
영적 여정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기도 단계
이번 호부터는 성녀가 가르친 기도의 단계들에 대해 나눠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성녀는 ‘기도의 여정’과 ‘완덕을 향한 여정’이 서로 같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영적 여정의 단계에 대해 말하곤 했습니다.
성녀에 따르면 인간이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에 이르기 위해 걷는 여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인간이 덕을 닦고 공로를 쌓아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성녀의 표현을 빌리면 1궁방에서 3궁방까지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라 해서 이 영역을 ‘능동적 단계’ 또는 덕을 닦아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서 ‘수덕적 단계’라고 합니다. 반면, 후반부는 인간이 준비는 하되 오직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으로, 4궁방부터 7궁방까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도권을 갖고 은총을 베푸십니다. 이 영역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하느님이 여정을 이끌어 가시기 때문에 ‘수동적 단계’, 또는 은총에 힘입어 하느님에 대한 다양한 신비 체험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신비적 단계’라고 부릅니다.
수덕적 단계, 신비적 단계에 상응해서 성녀는 기도의 단계를 제시했는데, 영성생활의 전반부로 수덕적 단계인 1궁방부터 3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주로 자신의 힘과 노력을 바탕으로 능동적 기도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구송 기도, 추리 묵상 기도, 능동적 거둠 기도가 있습니다.
반면, 영성생활의 후반부인 4궁방에서 7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신비적 기도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 합일의 기도(이 기도는 단순한 합일, 충만한 합일, 변모적 합일로 나뉩니다)가 있습니다.
1~3궁방: 수덕적 기도들
우선, 구송 기도는 이미 만들어진 기도문을 따라가는 가운데 입으로 그 경문을 읊으며 하는 기도입니다. 어떻게 기도해야 좋을지 모르는 분들에게는 좋은 안내자가 되는 기도 방법입니다. 구송 기도는 비록 입으로 드리지만, 정신과 마음 역시 드리는 기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묵상하는 가운데 해야 제대로 된 기도입니다.
추리 묵상 기도는 영혼의 세 가지 주요 능력인 지성, 기억, 의지를 활용해 신앙의 진리에 대해 성찰하고 추리하기도 하고 복음의 여러 이야기들을 상상해서 그 안에 들어가 예수님과 대화하고 교감을 나누는 기도입니다.
반면, 거둠 기도는 영혼의 주요 능력을 비롯해 오감을 영혼 안으로 거둬들이는 가운데, 많은 말이나 성찰 또는 상상이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 현존해 계신 예수님을 직접 대면하고 바라보며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기도 방법으로 성녀 데레사가 특히 좋아했으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했던 효과적인 기도였습니다.
4~7궁방: 신비적 기도들
4궁방부터는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신비적 기도들이 시작됩니다. 4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5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단순한 합일의 기도를, 6궁방에 머무는 영혼은 충만한 합일의 기도(이 단계를 ‘영적 약혼’이라 부릅니다)를, 7궁방에 도달한 영혼은 변모적 합일의 기도(이 단계를 ‘영적 결혼’이라 부릅니다)를 하게 됩니다.
신비적 단계에서 하는 기도들과 관련해서 성녀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신자 여러분에게 조금은 전문적이고 낯선 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각 기도 단계를 설명하면서 좀 더 자세히 나누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기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신비적 기도 단계에서는 영혼의 주요 능력인 지성과 기억의 활동이 줄어들게 되어 점점 고요해지고 마침내 잠을 자듯이 거의 정지하다시피 한다 해서 그 능력이 정지하는 정도가 깊어갈수록 수동적 거둠 기도, 고요의 기도, 능력들의 수면 기도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반면, 의지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더욱 더 불타올라 마침내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온전히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한다고 해서 신비적 기도의 후반부 전체(5궁방~7궁방)는 합일의 기도로 불립니다.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의 비유
성녀는 이러한 기도의 단계를 「자서전」 11~22장에서 ‘정원에 물을 주는 네 가지 방식’에 비유해서 설명했습니다. 단계가 낮을수록 인간이 기울이는 수고는 많은 데 비해 정원에 줄 수 있는 물의 양은 적으며, 단계가 높을수록 수고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양의 물을 정원에 댈 수 있습니다.
△1단계: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서 대는 방식으로, 구송 기도·추리 묵상 기도·능동적 거둠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단계: 두레박을 단 도르래를 손잡이로 돌리면서 물을 길어서 대는 방식으로, 수동적 거둠 기도·고요의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3단계: 도랑을 파서 시냇물을 끌어들여 물을 대는 방식으로, 능력들의 수면 기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4단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통해 물을 대는 방식으로 합일의 기도(단순한 합일, 충만한 합일, 변모적 합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음 호부터는 각각의 영적 단계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도의 단계③- 추리 묵상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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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레사 성녀가 가르치는 묵상은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지력과 사랑의 힘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거쳐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
많이 생각하기보다 많이 사랑하라
성녀 데레사가 지인들에게 가르쳤으며 영성생활 초기부터 본인 스스로도 성심을 다해 수련했던 기도 중에 하나로 추리 묵상 기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통상 묵상 기도라고 부르는 기도로서 주로 지성의 추리 작용과 상상력 그리고 의지의 정감적인 능력을 사용해서 하는 기도를 말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추리 묵상 기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나는 지성으로 추리를 많이 하는 것을 묵상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하느님이 당신 외아드님을 우리에게 주신 은혜부터 생각한다고 합시다. 이 경우, 우리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성자의 영광된 전 생애의 여러 가지 신비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또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로 묵상을 시작한다 치면, 지성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까지 자꾸만 나아가는 것입니다”(「영혼의 성」 6궁방 7장 10절).
성녀는 기도하는 당사자가 이 성찰 속에서 묵상하는 진리를 통해 새롭게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선택하는 가운데 그분을 따르도록 가르쳤습니다. 또한 추리 묵상이 갖는 전형적 특징인 지적인 차원에서 주제를 추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도록”(「영혼의 성」 4궁방 1장 7절) 강조해서 가르쳤습니다.
추리 묵상 기도를 위한 주제들
성녀는 추리 묵상 기도를 통해 묵상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소개했는데, 이는 성녀가 자신의 기도 생활 초기 몇 해 동안 기도 중에 계속 되새김질하던 것으로서, 신비적 단계에 들어간 후 메마른 시기를 거쳤을 때에도 자주 되돌아간 주제들이기도 했습니다. 그 주제들은 인간이신 그리스도, 일상생활의 염려들, 천상 진리들, 지나간 삶에서 범한 죄들, 현재 삶의 어려움 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성녀가 추리 묵상 기도 중에 묵상하기를 선호했던 또 다른 주제로 ‘자아 인식’을 들 수 있습니다. 성녀는 기도하는 영혼이라면 아무리 높은 신비 단계에 이른다 할지라도 결코 자아 인식 작업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매일 먹는 밥처럼 영적 여정에서 언제나 섭취해야 하는 기본 양식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성녀는 이러한 자아 인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종교적 진리들, 모든 인간적, 신적 사정들에 대해 묵상하도록 초대했습니다. “사실 덧없는 세상이나 하느님께 대한 자기의 허무와 구세주의 더없이 크신 수난과 구세주를 받드는 데 있어서 충실치 못한 점과 임을 사랑하는 자에게 뿌리시는 은총 같은 것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 영혼들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나 죄가 될 만한 기회나 위험스런 데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생각을 자아낼 수가 있습니다”(「자서전」 4,8).
우리의 모든 능력을 통해 하느님을 음미할 것
성녀는 마치 꿀벌이 꽃 속에서 꿀맛을 음미하듯 인간의 모든 능력, 즉 지성, 기억, 의지, 상상, 오감이 그렇게 진(眞), 선(善), 미(美) 자체이신 하느님을 다양한 차원에서 음미하도록 권했습니다. 성녀의 가르침에 있어서 묵상한다는 것은 자기 주위에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 신앙의 진리들과 관련된 사안들, 예를 들면 하느님, 그리스도, 영혼, 죄, 현세, 천상, 인간 구원, 덕행 등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근거를 곰곰이 숙고하고 새롭게 찾아 발견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묵상은 기도하는 당사자의 삶 전체가 그로 하여금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고 이 현세에서 자신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점검하도록 요청합니다.
그러므로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라 묵상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절대 가치이신 하느님만으로 모든 게 충분하다는 확신과 고백에 이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성녀가 가르치는 묵상은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지력과 사랑의 힘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거쳐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핵심적 묵상 대상인 그리스도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이의 의지를 더욱 자극시킴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근본 선택을 하도록 결심하게 하는 묵상 주제로 성녀는 ‘그리스도’를 꼽았습니다. 성녀는 묵상 기도를 통해 모든 면에서 그리스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초대했습니다. 특히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성녀의 묵상 기도에 있어서 핵심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적인 기도에 있어 주된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묵상 기도에 그리스도가 빠져 있다면 그것은 기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성녀는 다음과 같이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도록 권했습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늘 그리스도 앞에 몸을 두어 그 거룩하신 인성에 대한 최대의 사랑에 점차로 불타올라 항시 그분 곁에 머물고 그분께 아뢰고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청하고 슬픔 중엔 그분께 하소연하고 위안을 느낄 때는 그분과 함께 기뻐하며 행운에는 그분을 잊지 않도록 유의하고 복잡한 기도문 따위를 찾으려 말고 자신의 소망과 필요를 밝히는 단순한 말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이것이야말로 단시일 내에 진전을 보일 수 있는 뛰어난 방법입니다”(「자서전」 12,2).
그러므로 성녀는 묵상 기도의 모든 내용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어우러지고 모아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기도에서 묵상하는 모든 내용이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비춰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얻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통합되도록 초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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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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