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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중에 기괴하게 생긴 ‘기념품’이 있다. 양면 모두가 까만 반달 모양의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이상하게 생겼다. 아랫부분 양 옆에는 깨진 자국이 선명하고 윗부분에는 매끄러운 곡선이 이어진다.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 카메라 조각, 정확히 말하면 카메라 렌즈 후드 조각이다.
이 카메라 조각과의 만남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있었던 날이다. 당시 한 작은 언론사의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선배·동기들과 함께 선고 현장 취재를 나가게 된 것이다. 내가 배정받은 장소는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운현궁 앞길. 혹여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긴장하면서 지하철 문을 나섰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러나 웬걸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청년이 현장을 찾아줬다며 간식을 챙겨주려는 이도 있었다.
평화로웠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탄핵 인용 직후였다. 인용 선고를 듣고 통곡하던 이들이 갑자기 취재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나는 전혀 취재진처럼 보이지 않는 차림새였기에 욕설은 들었을지언정 직접적인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 반면 곁에 서 있던 외신 촬영 기자는 운이 좋지 않았다. 순식간에 군중에 둘러싸인 그는 무기력하게 카메라를 빼앗겼고 자신의 카메라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깨진 조각 가운데 하나가 5m 남짓 떨어져 있던 내 발치로 떨어졌다. 바로 그 '기념품'이다.
얼마 전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를 보며 이제는 '기념품'과 함께 추억으로 포장돼 있던 당시의 악몽이 떠올랐다. 다시는 재현되지 않았으면 했던 장면이 서울 한복판, 그것도 법원에서 벌어진 상황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마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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