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행되고 있는 계엄 사태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까지도 칭송했던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포용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전 세계에 있는 동료와 제자들이 한목소리로 물어보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여러 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하도록 유인했을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평양에 출현한 무인기에서부터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 계획, NLL에서의 대규모 사격 연습 등 다양한 진술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국군에게 북한군복을 입혀 한국 정치인들을 습격함으로써 북한과의 갈등을 만들어내려 했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마치 1951년 거창사건을 조사하러 가는 국회조사단을 습격했던 북한군으로 위장한 한국군이 떠오르게 한다. 아직 문서로 나온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결코 사실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남북 간 충돌 사건은 수만 건에 달한다. 정전협정 자체가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것이 아닐 뿐더러 도발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규정과 장치는 없었다. 대부분의 도발은 북에 의해 일어났지만, 그중에는 남한에 의한 도발도 없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60년대 중반 북한군을 습격했던 사례들이었다. 대부분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복이었지만, 유엔군 사령관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남한이 먼저 도발할 경우 미국이 침략자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사건들은 1990년대의 북풍 사건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공작’은 북풍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한국 정부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에 도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처벌받은 한국의 정치인이나 관료는 없지만, 정작 지시를 받아 북풍에 참여했던 사람은 실형을 받았다.
‘적대적 공존’이란 말이 있듯이 적대적 세력들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극단적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히틀러가 있었기에 스탈린이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난할 상대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이 극단적 세력들이다.
북한이 정상적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대적 공존이나 북한의 도발 유인은 너무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와 국민 전체를 공멸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하며,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
전쟁은 한 번 시작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보고 있지 않나? 모든 사회적 지도층에게 제발 부탁한다.
박태균 교수
'여론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단상] 공동체는 예수님을 바라볼 때 조화를 이룬다 (김하윤 가타리나, 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 (0) | 2025.02.06 |
---|---|
[사제서품] 서울대교구(25명)·레뎀또리스마떼르(1명), 2월 7일 (0) | 2025.02.06 |
[사제서품] 의정부교구(5명), 2월 5일 (0) | 2025.02.06 |
전 세계 베네딕도 형제들의 선교 사명에 불 지피겠다 (0) | 2025.02.05 |
[부음] 한국 전례음악 작곡의 거장 최병철 선종 (0) | 202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