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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해설사와 떠나는 성지순례는 다르네”

참 빛 사랑 2024. 7. 8. 16:05
 

‘땀의 증거자’ 가경자 최양업 신부 선종일인 6월 15일. 전국 성지는 순교 신심을 기리려는 순례자들로 붐볐다. 복자 윤지충(바오로)·권상연(야고보)이 한국 교회 최초로 순교한 터인 전주교구 전동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 가운데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성당 일대를 둘러보는 이들이 있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가 진행하는 전국 성지순례에 참여한 신자들이다.

전국 성지순례는 성지·사적지를 2~3곳씩 묶어 하루 동안 성지순례 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달은 윤지충·권상연·유항검 등 초기 교회 순교복자와 관련한 장소를 둘러보는 차례였다. 중요한 성지인 만큼 베테랑 해설사 3명이 담당했다. 정은주(클라라)·정동수(야고보)·박명연(안젤라)씨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성지순례 해설사 3명이 전주교구 초남이성지 유항검 복자 생가 터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수 야고보, 정은주 클라라, 박명연 안젤라

이날 서울 사당역에서 버스로 출발한 순례단의 첫 행선지는 대전교구 진산성지. 1791년 한국 교회 최초 박해인 신해박해의 원인이 된 ‘진산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모친상을 당한 윤지충이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는 어머니 유언에 따라 제사를 거부하고 신주를 태우면서 패륜으로 몰린 일이다. 체포령이 떨어지자 자수한 윤지충과 권상연은 1791년 전주 남문 밖, 전동성당 자리에서 참수로 순교했다.

진산성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해설사들은 직접 그린 가계도까지 꺼내 복자에 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정동수씨는 “이번 순례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다”며 “순교자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새삼 감동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전동성당에 이어 전주교구 초남이성지로 향했다. 호남의 사도로 불린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가족이 살았던 생가 터다. 1784년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받은 그는 이후 가족과 식솔에게 세례를 주고, 전북 일대에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돼 대역무고죄를 선고받고 전동성당에서 순교했다. 그의 집안은 식구들이 순교하거나 노비로 전락했다. 부호였던 그의 집은 철거돼 그 자리에 연못이 들어섰다. 초남이성지를 찾은 순례단은 재현된 연못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더 아쉬워했다.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복음 전파에 헌신한 유항검 복자의 신심에 깊이 감탄했다.

초남이성지는 2021년 윤지충·권상연·윤지헌 복자 유해가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순례단은 이곳에 마련된 유해 전시실(교리당)을 찾아 복자의 신심을 느끼며 그들을 현양했다.

단짝 친구와 처음 성지순례에 참여한 서순옥(체칠리아)씨는 “인기가 많다고 해서 신청 1시간 전부터 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며 “혼자서는 가기 힘든 성지를 이렇게 편하게 좋은 해설과 함께 순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울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신자들이 신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순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설사들의 고령화와 코로나19 이후 순례 인원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교자현양회는 만 62세 이하 신자 대상으로 신규 해설사를 모집 중이며, 수업은 1일부터 매주 월·수요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 영성센터에서 진행된다. 8월부터는 주말에 심화교육이 열리며, 수료증은 11월에 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10만 원. 성지순례 비용도 포함됐다.

문의 : 02-2269-0413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