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 500차 월례회, 1979년부터 농민운동·도농교류·생명농업 실천에 투신
40여 년간 농민운동과 도농교류, 생명농업에 앞장서온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쌍호분회(경북 의성군 안사면 쌍호리)가 6월 5일 국내 농민단체 최초로 500번째 월례회를 열었다. 쌍호분회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두 차례 건너뛴 것을 제외하면, 1979년 3월 25일 창립 이후부터 매년 11회씩 빠짐없이 월례회를 진행해왔다.
이에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는 매월 5일 진행되는 쌍호분회 월례회를 기념하는 의미로 5일 경북 예천군 농은수련원에서 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농민 주일 미사를 앞당겨 거행했다.
권 주교는 강론에서 “쌍호분회가 42년 동안 월례회를 계속해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생명을 살리기 위한 희생을 묵묵히 감내해 온 신자들의 깊은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치하했다. 이어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처럼, 쌍호분회가 걸어온 지난 40년은 신앙이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 모르는 어려운 여정”이라며 “생명 농업에 투신하고 있는 우리 농민을 위해서 기도하자”고 말했다.
쌍호분회는 1970~80년대 농민 권익 신장과 민주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1979년 안동농민회 사건(오원춘 납치사건)을 필두로 도로 부역 강제 동원 반대ㆍ각종 잡종금 강제 부담 거부 운동 등을 펼쳤다. 잘못된 농정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대정부 질의답변 투쟁도 이어나갔다. 이 때문에 정부 감시 대상이 된 쌍호분회는 1985년 ‘우편물 배달 탈취 사건’을 겪기도 했다. 이후 회원이 늘어난 분회는 농민운동 확장과 교육 활성화를 위해 1986년 쌍호 농민회관을 지었다. 이어 월소분회와 함께 소식지 「낙동강」도 펴냈다.
1990년대 들어 쌍호분회는 생명농업 실천에 앞장섰다.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토양을 회복시키며 수많은 생명과 공존하는 농업을 시도했다. 또한, 서울대교구 목동본당을 시작으로 양천ㆍ목3동본당과 도농 자매결연을 하고, 직거래와 농촌 체험을 통해 농업의 중요성과 생명 가치를 일깨웠다. 아울러 유기농업을 실천하며 퇴비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분회는 결연 본당에서 보낸 지원금으로 송아지를 들여다 키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축사에 지역에서 파쇄한 왕버들 나무 깔짚을 깔아주고, 농사 부산물을 먹여 사육한 소의 분뇨를 발효시켜 논밭에 퇴비로 쓰는 ‘지역순환형 자급퇴비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암송아지 입식 운동’으로 확산해 명절 때 분회가 입식 자금을 보낸 도시 본당에 소고기 나눔을 하게 됐다.
미사에 참여한 진상국(치리노) 쌍호분회장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가톨릭농민회가 해야 하는 일을 따랐다”며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이어 “분회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이루려면 저항들은 분명 존재한다”며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해선 공동의 선을 그려놓고 모두가 인정하도록 설득과 일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후배들과 이어갈 쌍호분회 1000번째 월례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미사 중에는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태적 삶 7년 여정에 동참하는 선언을 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시대, 탄소 중립을 위한 생명농업 실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개 △나와 지구를 살리는 건강 밥상 차리기 △생태 환경을 지키는 생활 실천 등을 다짐했다. 또한, 쌍호분회 월례회 회의록과 각 분회가 기른 생명 농산물도 봉헌했다.
안동교구 농민사목 전담 안영배 신부는 “쌍호분회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생명과 농업의 위기를 극복한 신앙으로 이루어 낸 생명 공동체”라며 “그 역사와 삶이 모범이자 교훈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소중한 사료인 쌍호분회 월례회 회의록 일부가 연구 등을 이유로 외부인에 의해 유실돼 무척 안타깝다”며 “회의록을 가져간 이들은 꼭 돌려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의 : 054-855-0127,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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