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을 따라…속초ㆍ양양ㆍ울진의 아름다운 성당
여름이 돌아왔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당장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은 계절이다. 이글이글 끓는 아스팔트 도로, 갑갑한 회색빛 빌딩을 벗어나 시원한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 여름 바다가 손짓한다. 바라만 봐도 시원한 너른 모래사장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곳으로 떠나보자. 그곳에 있는 아름다운 성당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욱더 좋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바닷가, 그리고 그곳의 성당ㆍ성지를 소개한다.
▲ 양양성당은 1950년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춘천교구를 재건할 때 지었던 성당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성당(춘천교구)은 언덕 위에 소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흰 벽 외관과 푸른 지붕이 인상적인 이 소박한 규모의 성당은 해맞이 경관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다와 불과 20m 떨어진 곳에 조성된 성모 동산은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성모상 너머로 속초 바다와 설악산 대청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시원한 여름 바다와 산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성당도 있다. 설악산 자락에 있는 강원도 양양군 양양성당(춘천교구)은 6ㆍ25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과 전쟁의 비극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춘천교구 성지로 지정돼 있다. 양양성당은 한국전쟁 당시 38선 이북에 속해 소련군에 성당을 빼앗기기도 했는데 양양본당 제3대 주임으로 신자들의 월남을 돕다 순교한 이광재 신부(1909~1950) 기념비와 순교기념관 등이 있다. 인근의 설악해수욕장, 설악산 주전골, 낙산, 하조대 등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푸른 솔숲과 드넓은 백사장이 유명한 경상북도 울진군의 해수욕장 인근에서도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나곡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북면성당(안동교구)은 동해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마름모꼴 지붕과 오색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 등대를 형상화한 종탑이 아름다운 곳이다. 언덕 위의 성당에서 푸른 하늘 아래 쪽빛 바다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깊은 묵상에 빠져보자. 성당에서 제공하는 숙박시설에 머물며 울진의 7개 해수욕장, 성류굴, 덕구 온천 등도 함께 찬찬히 둘러보면 여유 있는 한때가 될 것이다.
>> 서해안을 따라… 갈매못성지와 요나성당
▲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갈매못성지에서 신자들이 기도하는 모습. |
내포 지역을 대표하는 순교지 충남 보령 갈매못성지(대전교구)는 서해안 바닷가를 끼고 있는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갈매못성지에 서면 아득히 안면도와 천수만이 바라다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십자가의 길과 ‘승리의 성모 성당’ 제대 뒤편 미닫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쪽빛 바다가 감탄을 자아낸다. 멋진 경관에 취해 이곳에 잠든 순교자들의 영성을 잊고 지나서는 안 된다. 갈매못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500여 명의 신앙 선조들이 처형당한 곳으로 제5대 조선교구장인 다블뤼 주교 등 다섯 명이 성인품에 올랐다. ‘목마른 말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 ‘갈매못’에서 순교자 기념비와 기념관 등을 둘러보며 영적 갈증을 채워보자.
서해안 최고의 관광지 대천해수욕장에 가면 뜻밖의 장소에서 성당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관광사목 성당으로 봉헌된 요나성당(대전교구)이다. 해수욕장에서 300m 떨어진 이곳은 천주교 신자들이 자연 안에서 쉴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성당에서는 신자들을 위한 숙소와 캠프장, 샤워실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해안에서 가장 긴 백사장을 자랑하는 대천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하고 머드축제와 냉풍욕장 등도 함께 즐겨보자. 갈매못ㆍ솔뫼ㆍ황새바위·진산성지, 합덕성당 등 내포 지역 성지도 가까이 있어 휴식과 순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 제주 김대건 길을 따라…
▲ 수월봉에서 용수성지까지 걷는 해안길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풍광을 자랑한다. |
낭만의 섬, 제주의 바다는 여름이 되면 더욱더 인기다. 바다 건너 제주까지 훌쩍 떠나왔다면 바닷가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김대건 길’(12.6㎞)을 걸어보자. 제주교구 순례길 가운데 하나인 김대건 길은 고산성당에서 출발해 차귀도 포구를 지나 성 김대건 신부가 제주도에 표착한 용수성지 등을 거치는 길로 3∼4시간 정도 걸린다. 더위를 피해 천천히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걸어보자. 특히 수월봉에서 용수성지에 이르는 해안 길 풍광을 따라 가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차귀도 포구 뒤편에 있는 당산봉에 오르면 수월봉과 차귀도, 용수성지가 늘어서장관을 이룬다. 용수성지에서는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성당과 복원된 라파엘호, 기념관 등이 있어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안에서 신앙 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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