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수난과 희생을 기념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전까지 40일간 이어지는 기도와 참회의 기간이다.
사순(四旬)은 숫자 ‘40’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40’은 하느님을 만나기 전 거치는 정화와 준비의 기간이다. 교회는 성경의 전통을 받아들여 40일간 기도와 절제·희생을 통해 주님의 부활을 준비한다.
하지만 사순 시기가 정확하게 40일은 아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과 1969년 전례력 개정을 통해 사순 시기와 파스카 성삼일이 구분되기 전에는 40일이었지만, 파스카 신비를 직접적으로 준비하는 성삼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사순 시기와 분리되면서 이틀이 빠졌다. 올해 사순 시기는 3월 5일 재의 수요일부터 4월 17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전까지 44일이며, 여기서 6번의 주일을 제외하면 38일이 된다.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은 미사 중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해 이마에 바르거나 머리에 얹는 예식을 행하는 데서 생겨났다. 성경에서 ‘재’는 속죄와 참회의 표지다. 재의 수요일에 사용하는 재는 일반적으로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받았던 성지(聖枝)를 태워 남은 것이다. 사제는 이 재를 축복한 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십시오”(창세 3,19)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라고 말하고 재를 회중의 머리에 얹거나 이마에 바른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참회와 속죄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다.
따라서 사순 시기에는 기쁨을 표현하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바치지 않고, 사제 제의도 참회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바뀐다. 성인들의 축일도 이 시기에는 삽입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치고, 하느님과 다시 화해하며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다시 결합한다는 의미에서 고해성사를 자주 보도록 권고된다. 아울러 교회는 절제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자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첫 자리는 ‘기도와 자선’으로, 이는 신앙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다.
사순 시기 마지막 주간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파스카 신비를 집중적으로 묵상하는 성주간이다. 이처럼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동시에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참회와 속죄를 통한 은총과 더불어 영원한 생명의 보증인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희망도 놓쳐서는 안 된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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