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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모든 것 버리고 예수님 따르는 삶, 이 시대에도 가능할까(김하윤 가타리나, 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

참 빛 사랑 2025. 2. 14. 14:36



‘천국은 마치’라는 찬양이 있다. 율동찬양은 유치하고 초등부 신앙학교 때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단순함 안에서, 어린아이와 같아지는 것에서 하느님은 만나주시며 “지금 이곳이 천국이구나, 하늘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이가 가진 것을 다 팔아 밭을 사는 마태오 복음 13장 44절 말씀이 담긴 이 찬양처럼 내 것을 내려놓고 주님이 마련하신 것을 받아들이며 살게 되었다.

내가 버린 것은 나의 경력(직업)·가족·친구·돈·휴일이다. 내가 받아들인 것은 공동체에서 나에게 맡겨진 직무를 수행하는 것, 십자가를 지는 일이다. 하느님이 하고자 하시는 일에 주님의 손발이 되어 마음과 정성을 다해 실행하고 맡겨진 양들, 공동체 식구들과 기도 회원들을 돌보는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인 성령쇄신봉사회는 한 해 일정이 많다. 복음을 선포하러 두루 다니신 예수님을 따라 제자들이 움직이듯 전례력에 따라 공동체 본연의 목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연중행사들에 따라 공동체가 함께 움직인다. 행사 준비를 위해 친구 또는 지인들과 약속도, 가족모임도 뒤로하고 하느님과의 약속을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에게 위로받고 의지하던 나’ ‘갈등투성이 우리 집안에 윤활유이자 징검다리인 나’를 버렸다.

특히 가족을 내려놓는 게 힘들었는데, 하느님의 일을 돌보면 하느님께서 당신 뜻대로 나머지를 돌봐주신다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개입하지 않으니 가족 구성원이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열게끔 이끄셨다. 교회 공동체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끝나면 또 원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허락해주셨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고독함 속에서 기도로서 주님을 찾고 대화하고 매달리고 신뢰하고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하셨다. 주님께서 지금 내가 있기를 바라는 곳에서 내가 하길 바라시는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주님 뜻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살아갈 때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 함께 할 사람도, 돈도, 상황도.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느님이 주셨고 언제든 가져가실 수 있고 그것이 주님 뜻에 달렸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이 허락하신 지금 이 순간 사랑이신 하느님과 함께 온전히 살아내는 것 하나뿐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 세상 근심 걱정, 나의 욕심으로 짓눌리던 괴로움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물론 주님을 따르는 일은 매일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일이기에 고통이 따르지만, 그 과정을 충실히 겪어 나갈 때 내가 어찌하지 못했던 구겨진 영혼이 펴지고 그 길에서 함께할 영적인 동료들이 결실이자 선물로서 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많은 봉사의 순간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주님께서 만나주시고 변화시켜 주심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영적 식구가 되기도 했다. 하느님의 일을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들을 드러나게 하시며 우리가 그것을 기도로 맡기고 실천해나가면서 개척하는 방식으로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일하신다는 것도 배웠다.

내가 그랬듯 그저 살아가는 게 힘든 사람들이 주님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주님과 이웃에 봉사하며 내 삶을 드린다.



김하윤(한국가톨릭젊은이성령쇄신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