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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희망과 사랑으로 저항하기(오현화 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참 빛 사랑 2025. 2. 15. 13: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100건의 행정명령을 내리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임 바이든 정부 지우기를 넘어 이민·무역·관세·환경·에너지를 망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개혁 혹은 개악에는 파리협약 탈퇴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이 포함돼 있다.

파리협약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협약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가속을 막기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이 2도가 넘지 않도록, 그리고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모든 당사국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 국제 사회에 제출하고, 이행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협약국들은 ‘자발성’과 ‘보편성’을 전제로 서로가 압박하고 견제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때에도 파리협약 탈퇴를 천명한 바 있고, 바이든 대통령 임기에 재가입한 것을 이번에 다시 뒤집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비효율적인 미국의 에너지 공급을 개선하고 인공지능 보급을 위해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석유와 셰일가스 시추 확대·전기차 의무화와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효율 규제 폐지·에너지 생산 증가 등 전반적인 환경정책의 폐기 혹은 역행이 포함된다.

지금도 느리게 가고 있는 국제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자연인 트럼프가 파격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행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작은 트럼프’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사회적 허용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 이전에도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은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끝내 조율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고, 매년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는 석유업계와 산유국들이 화석연료 퇴출의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 정책은 우리나라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과도 맥을 같이한다.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라는 공급원만 다를 뿐 양쪽 모두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체계 안에 내가, 우리가 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한 명을 욕한다고, 그를 끌어내리고 다른 이를 세운다고 세상이 바로 서지 않는다. 이 시대의 구조적인 죄에 대항하고 내가 속한 세상의 불의를 벗어버려야 한다.

공동의 약속을 저버리는 막무가내를 따끔하게 받아치는 것이 파격이 아닌 상식이 돼야 한다. 연대를 깨는 행위에 대해 더 견고한 연대로 맞설 수 있어야 한다. 낙담하지 말고 우리가 공동의 집을 위해 노력해온 모든 실천을 계속해야 한다. 거대 악에 차악으로 맞서는 것이 아닌 최선을 위해 우리는 희망과 사랑으로 저항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기억하자.

“억압자를 사랑하라는 말은, 억압자가 계속 억압해도 이를 용인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또한 그가 자신이 한 짓이 용납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끔 만들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정반대로, 그 억압자를 사랑하는 좋은 방식은, 여러 방법을 써서 그가 억압을 멈추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모든 형제들」 241항)





오현화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