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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애독자 여러분, 저는 지금 2025년 희년을 맞아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마무리하며 로마에서 이 편지를 씁니다. 지금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신자가 성지순례 중에 있습니다. 희망을 찾아 순례길을 떠나 사도들의 순교지인 이곳까지 온 것입니다.
우리 순례단은 밀라노에서 출발하여 베네치아·파도바·라 베르나·피렌체·아시시·란치아노·산 지오바니 로톤도·몬테카시노를 거쳐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길에서 만났던 수많은 성인을 기억합니다. 성 암브로시오와 성 가롤로, 성 안토니오, 성 프란치스카와 성 클라라, 오상의 비오 성인, 성 베네딕토와 성 스콜라스티카, 그리고 교회의 두 기둥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까지.
우리는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 걸었던 여정(마태 2,1-12 참조)을 길잡이 삼아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르며 희망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성인들이 사셨던 삶의 자리를 방문하며 그분들의 거룩하고 고결한 신앙 앞에서 초라한 우리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도 느꼈지만, 그분들도 우리처럼 약하고 평범한 분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라고 처음부터 완성된 희망을 안고 출발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난관, 시련과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던 분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 인내와 항구함을 갖고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셨기에 희망의 땅에 다다를 수 있었고, 가난과 평범함 속에서 성덕을 이끌어내신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순례길을 걸으며 새삼 깨달은 것은 희망에 이르는 길이란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각자의 평범한 삶과 소박한 일상에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인들 역시 평범한 일상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들었고, 희망을 찾아 먼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그분들의 삶 또한 약함과 한계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높은 성덕에 다다를 수 있었고, 희망을 증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우리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삶, 약함과 한계로 점철된 삶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었고 용기 내어 앞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순례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주님 친히 우리의 희망이 되어 주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찾고 애를 써도 희망은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무엇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바로 하느님 당신이십니다. 그분께서 우리 각자에게 몸소 희망이 되어 주십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시련과 역경, 위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의 순례길을 걷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기쁨의 열매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시련과 난관을 겪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갔고 사라졌던 별을 다시 발견하고 큰 기쁨 속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우리도 삶에 닥치는 수많은 역경과 시련, 근심과 고민거리 앞에서 움츠러들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희망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분명 주님 친히 희망이 되어주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2025년 희년을 맞아 기쁘고 희망찬 희망의 순례길에 우리 모두 초대되었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희망을 찾아 순례길을 떠나도록 말입니다. ‘주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 ‘인내’ 그리고 ‘항구함’이라는 세 개의 복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이제 희망을 찾아 순례길을 떠납시다. 주님 친히 여러분 모두의 길을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한민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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