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탄핵 촉구 생명평화미사’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임현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오른쪽 두 번째) 신부 주례로 집전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종교계와 가톨릭 사회운동 단체들이 대통령의 사과와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4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지만 불과 6시간 만에 해제할 상황이라면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라며 “군사정권 시절에나 선포되었던 계엄령이 2024년 오늘날 대한민국에 선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농민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평화운동단체인 팍스크리스티코리아도 4~6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가톨릭농민회는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가톨릭농민회의 입장’ 성명에서 계엄령 선포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전면 도발로 규정했다. 팍스크리스티코리아는 “천주교 신자는 하느님이 부여한 양심과 성경 가르침에 따라 식별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의 비폭력 정의와 평화 정신에 따라 기도하면서 양심에 따라 민주주의와 정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3일 입장문에서 “국가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일상 행복을 찾기 위해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국정운영의 본질은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비롯한 헌법 기관들이 국민의 고통에 더욱 귀 기울이고, 법과 절차에 따른 민주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국민의 평안과 사회통합이 조속히 이뤄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도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자는 연합회 회칙에 따라 대통령에 의해 무단 선포된 비상계엄을 규탄하고 주동자의 사과와 처벌을 촉구했다.
사제와 수도자·신자들은 9일 국회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거듭 촉구했다. 임현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정치가 가장 최고의 사랑’이라고 말씀하셨다.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사랑하고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 정치는 사랑의 정치가 아니라 아픔과 상처를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주륭(서울 암사동본당 보좌) 신부는 강론에서 “혼란스러운 작금의 세태는 뉴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방관과 무관심·무책임이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함께 성찰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는 마음을 갖자”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 종교·시민사회도 목소리를 냈다. 한일 양국 종교·시민단체 연대체인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은 5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 외교와 시민의 연대만이 동아시아 평화 구축의 유일한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한일기본조약 체결 60년·일본 패전 80년, 남북한 해방 80년이 되는 2025년을 맞아 일본과 남북한이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구축하도록 상호 연대를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SNS에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민주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며, 1980년대의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하는 폭거라 할 수 있다”면서 “마침 계엄령이 선포되는 그 시간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님과 로마를 방문한 염수정 추기경님, 유수일 주교님께서 지난 9월 한국 주교단과 함께 봉헌한 바티칸 한국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계셨다”고 전했다.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원장 함세웅 신부도 4일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신자로서 실천해야 할 덕목은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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