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주교회의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주교회의는 4일 의장 이용훈 주교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전날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이같이 촉구했다.
이 주교는 성명서에서 “국가의 통치 행위와 행정 절차는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고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150분 만에 국회 본회의 의결, 이에 따른 6시간 만에 비상계엄 해제된 상황을 언급하며 이 주교는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뤄왔다”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전문]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지난밤에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로 많은 국민께서 놀란 마음에 밤잠을 설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국가의 통치 행위와 행정 절차는 시급성이 있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알려져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지만 불과 6시간 만에 해제할 상황이라면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입니다.
군사 정권 시절에나 선포되었던 계엄령이 2024년 오늘 대한민국에 선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외부의 적이 침략하거나 전쟁의 위협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도 않은 현실에서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최고 통수권자로서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루어왔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 천주교회와 국민의 요구에 진심을 다하여 응답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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