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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성성 장관이 브뤼기에르 주교에게 쓴 편지 나왔다

참 빛 사랑 2024. 10. 27. 17:49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와 프랑스에서 선교 중인 대구대교구 심탁 신부(왼쪽), 한국교회사연구소 송란희 학술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브뤼기에르 주교 관련 고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좌측 하단은 교황청 포교성성 장관 자코모 필리포 프란소니 추기경이 1836년 3월 31일 작성한 서한 원본.

교황청 포교성성 장관 자코모 필리포 프란소니(Giacomo Filippo Fransoni) 추기경이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에게 보낸 188년 전 서한 원본이 최초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내 교회사 연구자들 사이에서 서한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지만, 실물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서한을 판독하거나 번역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복 조사 및 현양을 위해 브뤼기에르 주교의 고향인 프랑스 교회 카르카손-나르본교구와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등을 방문 중인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실무자들은 16일 파리외방전교회 아시아연구소(IRFA) 고문서고에서 직접 확인했다.

프란소니 추기경이 1836년 3월 31일 작성한 이 서한에는 앵베르 신부를 조선의 부주교로 임명할 수 있도록 교황 승인 대기 중이며, 조선과 류큐(일본 오키나와) 왕국의 독립적인 선교관할권을 재확인하며 선교 지지를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2대 조선대목구장 앵베르 주교의 서한집에서 일본 진출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프란소니 추기경의 서한을 보면 브뤼기에르 주교에게 일본 선교 권한을 이미 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브뤼기에르 주교가 1835년 10월 20일 선종했기에 교황청 포교성성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선종 사실을 모른 채 서한을 작성해 보낸 셈이다.
 
교황청 포교성성 장관 자코모 필리포 프란소니 추기경이 1836년 3월 31일 작성한 서한 원본.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서한을 보면 교황청 포교성성이 브뤼기에르 주교로 하여금 조선대목구 관할 하에 일본을 선교하도록 배려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당시 파리외방전교회도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을 선교 대상으로 염두에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뤼기에르 주교가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동방의 나라들까지 선교 대상으로 염두에 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선교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이밖에도 브뤼기에르 주교의 소르본 황립 대학교 문과대학 입학 자격증(1812년 10월 30일 발급), 트라피스트 신심회 가입 증명서(1819년 5월 18일 발급), 선교사 파견 증명서(1826년 2월 4일 발급), 파리외방전교회 파견 선교사 명부(1826년 2월 5일 발급), 샴 부대목구장 임명 칙서(1828년 2월 5일자), 샴 부대목구장 임명장(1828년 5월 28일자), 브뤼기에르 주교 서품 증명서(1829년 11월 1일 발급) 등 200여 년간 파리외방전교회가 소장해온 브뤼기에르 주교의 신앙 행적을 보여주는 원본 문서들도 최초로 확인했다.

프랑스 파리=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