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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근현대사 속 세 번의 시복식과 한 번의 시성식

참 빛 사랑 2024. 6. 14. 17:44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시복식(1925.7.5).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제공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서 개막
시기별 우리 사회 변화 조망


한국 순교자 시성 40주년·시복 10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획전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이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은 조선 후기 한국 천주교회 여명기에 성리학적 신분 사회의 사슬을 끊고 인간 존엄과 평등·이웃 사랑 정신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던 ‘순교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전시를 기획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강정윤(유스티나) 학예실장은 “유학 외에는 모두 사학(邪學)으로 간주했던 조선 사회에서 천주교는 아비도 임금도 모르는 사교이며, 이를 믿는 이는 삼강오륜을 저버린 짐승보다 못한 자들로 취급받았다”며 “당시 순교자들은 200여 년 전 선교사 없이 이 땅에 교회를 직접 세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선 시대 가장 오래된 왕궁인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 교회의 순교자 중 124명을 공경의 대상인 ‘복자(福者)’로 선포했다. 이는 대역 죄인으로 삶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순교자들의 신원을 복원한 것이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안에서 한국 교회가 치른 세 번의 ‘시복식(諡福式)’과 한 번의 ‘시성식(諡聖式)’을 바라본다.

전시는 한국의 순교자 79위가 복자로 처음 선포된 1925년, 가장 길고 혹독했던 병인박해로 순교한 24위의 시복식이 진행된 196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처음으로 방한해 103위 순교복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린 198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주례한 2014년과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를 조망한다. 각각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경제 성장기, 안으로는 민주화, 밖으로는 세계화를 이루는 과정에 부딪혔던 분열과 노동·인권 문제, 21세기 한국 사회와 마주하게 된다.
 
5.18민주화운동을 대변하는 광주 금남로를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84). 광주대교구 제공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 시복식(2014), 서울대교구 홍보국 제공

각종 기사와 사료·연표 등이 한 세기의 놀라운 변화를 대변한다. 1925년 9만 6000여 명이던 국내 가톨릭 신자는 2023년 기준 597만 명을 넘어섰고, 1925년 뮈텔 주교와 드망즈 주교가 로마에서 열리는 시복식에 참여하기 위해 3개월에 달하는 여정을 밟아야 했다면, 2004년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채 3시간이 걸리지 않는 세상이 됐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시복·시성식 때마다 교황님이 몸소 보여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를 넘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되새겨주고, 실천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특별전이 순교의 가치와 더불어 이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가 주최하고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8월 18일까지 이어진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현대사의 흐름을 시대별로 유행했던 대중문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강연과 가족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문의 : 02-3147-2407,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