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2021년 봄 정기총회 결과
▲ 주교회의는 춘계 정기 총회를 열고 가난한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백신 나눔 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한 우려와 연대를 표명한 성명도 발표했다. 총회에 참석한 주교단이 잠시 마스크를 벗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교회의가 2021년 봄 정기총회를 통해 의결한 가장 굵직한 사안은 ‘백신 나눔 운동’과 ‘미얀마 사태 연대’이다. 코로나19 속 보건 위기와 유혈사태로 전 국민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 국가들을 향한 형제적 사랑 실천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다.
한국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강조한 회칙 「모든 형제들」의 정신에 따라, 국경 넘어 모든 이웃을 위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기도와 선행을 베풀자고 요청한 것이다. 한국 교회는 올해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며 덕행을 선보인 성인의 정신을 보편 교회를 향해 더욱 실천하게 됐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11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2월 이후 백신을 들여와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하고 있는 만큼 선의의 뜻을 가진 신자와 비신자 모두가 이 운동에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서울ㆍ수원ㆍ대전·춘천교구와 한국 평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백신 기금을 모으고자 전국 교구 차원의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회분이 접종된 상황. 그러나 백신 보급이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고, 아프리카와 저개발 국가 중에는 백신을 전혀 받지 못한 곳이 많다. 2023년이 돼도 백신 접종이 어려운 국가가 많을 것이란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각 교구는 백신 2회 접종분의 평균 예상 가격인 5~6만 원(미화 50달러)을 기준으로 ‘백신 모금 운동’을 펼친다. 모금된 기금은 교구별로 취합해 교황청으로 보내게 된다. 대전ㆍ춘천교구가 모금에 돌입한 상태이며, 대전교구는 최근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를 교황청에 보냈다.
아울러 한국 주교단은 미얀마를 향해 기도와 연대, 물적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주교단은 11일 영문으로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에는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에 대한 존중이 자리해야 한다”며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 미얀마 형제자매들의 슬픔과 아픔을 나누며 형제애로 연대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교회적 힘을 보태고 있는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며, 현지 소식을 국외에도 전하고 있다. 앞서 보 추기경은 본지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1604호)를 통해서도 “미얀마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한국 정부와 교회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한국 교회가 이에 즉각 연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보 추기경은 한국 주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긴박한 상황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교는 “미얀마 상황이 급속히 냉각되고, 희생자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많은 이가 도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을 우려해 한국 교회가 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곳을 파악해 도움을 줄 계획”이라며 “미얀마에 빛이 드리울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주교회의는 신임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원장 정연정(서울대교구) 신부를 세 가지 시복 안건(‘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안건,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안건,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임명했다. 한국 교회는 오는 4월 22일 교황청 시성성에서 열릴 가경자 최양업 신부에 대한 기적 심사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함께 이번 심사와 관련한 의학적 검증을 위해 한국 의료진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 주교는 “한국 교회 두 번째 사제로서 12년 7개월 동안 전국 127개 교우촌을 다니신 가경자의 시복을 위한 이번 기적 심사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함께 기도해야 한다”며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 염원과 함께 성소 개발에도 초점을 맞춰 사목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또 2021년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사회적 약자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주 노동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더욱 힘쓰기로 했다. 각 교구가 도서 및 농촌 지역 이주 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면밀히 파악해 교회가 더욱 밖으로 나가 돕겠다는 취지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성녀 마르타, 성녀 마리아, 성 라자로 기념일’(7월 29일)과 ‘나렉의 성 그레고리오 아빠스 학자 선택 기념일’(2월 27일), ‘아빌라의 성 요한 사제 학자 선택 기념일’(5월 10일), ‘빙겐의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 학자 선택 기념일’(9월 17일)의 우리말 번역문을 심의하고,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사도좌의 추인을 받기로 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가 마련한 「한국 천주교회 교리 교육 지침」(개정판)을 승인했다.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회칙 개정안과 월드와이드매리지엔카운터(ME) 한국협의회 회칙 개정안을 심의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주교회의는 2022년 5월 태국 방콕대교구에서 개최될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설립 50주년 총회의 한국 대표로 염수정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 이용훈ㆍ유흥식ㆍ조규만ㆍ정신철ㆍ김선태ㆍ정순택 주교를 선출했다.
아울러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에 문희종 주교를,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와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장에 김선태 주교를,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이용훈 주교를, 민족화해위원회에 김주영 주교를,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위원장에 배기현 주교를, 해외선교ㆍ교포사목위원회에 한정현 주교를, 보건사목 담당에 서상범 주교를 선임했다. 또 신임 주교회의 사무처장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에 이철수(수원교구) 신부를 임명했다.
이 주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많지만, 교회도 비대면 방식을 도입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잘 돕고 있다고 여긴다. 사제와 신자 모두가 서로 좋은 복음 말씀과 기도를 전화와 SNS로도 나누면서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부단히 소통해야 한다”며 “교황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이웃을 향한 관심을 발휘해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는 좋은 사마리아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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