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5주일- 하느님 체험

참 빛 사랑 2025. 2. 12. 13:48
 
라파엘 작 ‘기적의 물고기떼’, 1515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였던 시몬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첫 제자로 부르십니다. 부르심 받은 베드로의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변화는 흥미롭습니다.

어부 시몬 베드로는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다시 그물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베드로가 자신의 생각을 고집했다면 예수님 말씀을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판단을 꺾고 목수 출신인 예수님의 권고에 다시 그물을 내립니다. 그럼으로써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엄청난 고기를 잡게 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 능력을 보았고 으뜸 제자로 선택됩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모든 소유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만난 처음에 ‘스승님’이라고 했지만 능력을 체험하고 ‘주님’으로 고백합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고 주님을 만나고서도 기뻐하기보다 두려워하며 예수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눈앞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죄스러운 마음 없이 살았는데, 주님 현존 앞에서 자신의 허물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서 엎드려 자백한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체험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은 작고 초라할 따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베드로는 주님의 사도가 됩니다.

이처럼 모든 신앙인에겐 신앙생활에서 하느님 체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끔 하느님 체험 없이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교우들을 보기도 하는데 저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하느님 체험이 없는 신앙은 의지적이거나 신념화되었거나 맹목적이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시련에 쉽게 넘어지는 경우를 봅니다. 신앙에 하느님 체험이라는 씨앗이 심어지면 그 신앙의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나 엄청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하느님 체험일까요? 물론 복음의 베드로처럼 직접 주님을 뵙고 음성을 듣고 기적과 표징을 체험하면 확실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그러한 체험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오늘날 하느님 체험이란 일상에서 신비를 깨닫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 뜻을 드러내십니다. 인간은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주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마태 18,20)있으시겠다고 하셨으니, 믿음으로 말하는 두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하느님 말씀이라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그것을 잘 듣고 실천한다면 우리는 하느님 체험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살펴보면 참 많은 분이 사제인 저에게 염려와 사랑으로 충고와 제안을 해주십니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고 거절하고 싶어하는 저입니다. 마치도 주님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고집불통이 되는 자신을 봅니다.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게 된다면 결국 하느님과도 단절된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선하고 좋은 이웃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기쁘게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을 만나고 부르심에 응답한 신앙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계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