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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생활속의 복음] 주님 세례 축일 - 세례성사의 은총

참 빛 사랑 2025. 1. 16. 16:26
 


주님 세례 축일은 인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주님께서 공적으로 당신 사명을 수행하시고자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받으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공생활을 세례로 시작하신 것 같이, 우리도 신앙을 시작한 세례 때의 마음을 되새기며 충실히 생활할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춰 세례를 받고 기도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내리시고 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합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겸손하게 순종하시는 예수님을 하느님께서도 기뻐하십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 받으신 세례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사람인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세례가 필요치 않으신 죄 없으신 주님께서 죄인을 위한 회개의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이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새로 태어나야 함을 주님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회개하고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음을 주님께서 몸소 세례를 받으심으로 알려주신 것입니다. 요한의 세례가 죄의 회개를 촉구하는 물의 세례였다면, 주님 이후 세례는 죄를 용서하는 성령과 불의 세례입니다.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의 세례를 통해 복음 선포의 공생활을 시작하셨듯이, 우리도 세례성사를 받는 순간 복음 실천의 공생활로 초대됩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세례성사를 시작으로 주님께서 걸으신 길을 주님과 함께 걷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셨고, 또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는 예수님과 똑같은 은총 지위에까지 초대해주시는 사랑의 표지입니다.

그런데 교우 중 자녀들의 세례는 나중에 스스로 생각해서 신앙을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미루겠다는 이가 있습니다. 어떤 교우는 지금은 자유롭게 즐기다가 훗날 세례받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세례로 모든 죄와 벌을 용서받고 하느님 자녀가 되는 은총과 축복을 뒤로 늦출만한 더 큰 가치는 세상에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안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기 때문입니다.(시편 84,11 참조)

우리는 세례로 한없이 귀한 존재가 됩니다. 세례받지 못해 단순한 피조물 지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와 세례받음으로 하느님 자녀가 된 신앙인은 존재 자체가 다르고 서로 비교될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사랑받는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는 우리가 알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도 영광스러운 은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신앙을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신앙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게 여겨야 합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하느님 자녀로서 누리는 은총과 축복과 기쁨의 생활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에 주님께서 받으신 세례를 깊이 묵상합시다. 주님께서 축복하신 거룩한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우리의 세례를 기억합시다. 그리고 세례성사 때의 약속을 충실히 지킬 것을 다짐합시다. 그리고 하느님 자녀로서 영광된 신앙인의 생활을 기쁘게 살아갑시다.

 

이계철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