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중 제22주일이자 9월 ‘순교자 성월’에 맞는 첫 번째 주일입니다. 또한 매년 9월 1일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이기도 합니다. ‘공동의 집’인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2015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동방정교회가 먼저 시작한 이 기도의 날에 우리도 동참하도록 정하셨습니다.
‘피조물 보호’는 왜 필요할까요? 우리 인간은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자연환경과 공존·공생해야 하는 같은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통신 기술·교통수단 등의 발달로 지구촌 전체가 언어·문화·역사·국경을 넘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가 되었다고 하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는 모든 피조물이 이것을 넘어서는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즉 지구 생태 환경을 아우르는 모든 피조물은 한 분이신 창조주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지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존재’이며, 서로를 보살피고 살아야 하는 공동 책임이 있음을 오늘 우리는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논쟁’ 부분입니다.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무엇을 보태서도 안 되고 빼서도 안 된다”(제1독서) 하신 하느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예수님 시대의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마르 7,8)에 갇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질타하십니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마르 7,9)
하느님 계명의 요체는 ‘사랑’이라 했습니다. 그 사랑의 계명은 ‘피조물 보호’와 연결점이 있습니다. 원시 시대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 집단을 공격하여 식량을 빼앗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삼아왔습니다. 지구촌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진 21세기에도 여전히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공격하여 서로를 죽이는 전쟁이 지구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입니다. 여전히 정복과 탐욕스러운 난개발의 희생물이 되어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오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보내며 하느님 계명의 요체가 ‘사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상대로 지으신 인류가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계명을 주셨고, 하느님의 피조물이자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 환경을 돌보고 회복시키는 것이 당신 뜻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하느님을 입술로만 공경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공동의 집’을 사랑하고 지키고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 각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느님 앞에서 곰곰이 돌아보는 한 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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