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곳곳에 분향소 설치하고 5대 종단과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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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이들은 소방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대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어머니가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러한 참사로 발달·중증장애인과 그 가족 2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부모연대는 매년 반복되는 발달·중증장애인 참사에 이날부터 49재 기간인 지난 10일까지 분향소 20곳을 전국 각지에 설치하고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5대 종단과 함께 추모식을 진행했다. 남자수도회 정의평화위원회는 5일 위원장 김종화 신부의 주례로 서울 삼각지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오죽했으면”
미사에 참여한 발달·중증장애인 부모가 5분 발언에서 입 모아 말하는 것은 “오죽했으면”이다. 부모연대 서울지부 자문위원 조미영씨는 20대 중반의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비정한 부모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옹호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이해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 괴로웠다”고 울먹였다. 대방동본당 솔봉이자모회 장민희(데레사) 회장은 “사람은 내일이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을 때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장애인 자녀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 부모에게 희망을 달라”고 호소했다. 50대인 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이경순(가타리나, 군종교구 성 가브리엘본당) 회장은 이날도 30대인 발달장애인 아들과 힘겨루기를 하다 집을 나섰다. 그러나 그가 진정 힘이 부치는 순간은 장애자녀를 돌보는 것보다 방관하는 비정한 세상을 마주할 때다. 발달·중증장애인 부모는 이날 미사에서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을 선 심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평화는 너무나 멀고도 간절하다.
정부의 지원 범위, 턱없이 부족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5만 5207명. 장애 정도는 모두 ‘심한 장애’로 나타났다. 장애 정도가 심한 만큼 전방위적 돌봄이 필요한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은 “정부가 제공하는 주간활동서비스나 활동지원서비스에 발달장애인은 각각 9000명과 5만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며 “현재 등록된 25만여 명의 발달장애인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수”라고 지적했다.
20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5%인 241명이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생활고는 장애가정을 더욱 죽음의 문턱으로 내몬다. 윤 사무처장은 “발달·중증장애인 참사를 멈추려면 추모를 넘어 제도와 정책이 현실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며 “장애인 개개인의 삶과 무관한 서비스가 아닌 개인 맞춤형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회 박상훈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인간은 온전하고 충만하게 살 권리가 있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책무도 갖고 있다”며 “발달·중증장애인 또한 비장애인이 누리는 삶을 마땅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신부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천주교는 장애인이 겪는 고통을 나누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공동선을 추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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