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단독 전화 인터뷰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5월 30일 밤 10시 진행된 가톨릭평화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신자들과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교구를 사목 방문 중인 유 추기경은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이후로 한국 교회와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교자의 후손답게 프란치스코 교황 옆에서 온 세계를 위해서 봉사하려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흥식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성직자성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황님께서 교황님이 되신 후에 교회 개혁과 쇄신을 위해서 각 대륙 대표 등을 포함한 8인 추기경회의를 8년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그동안 노력해 오신 결과로 이번에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발표하셨고,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부터 실행에 들어갑니다.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실행할 수 있는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무엇이 핵심인가요?
교회 개혁이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교회 개혁보다는 교회 쇄신이라는 용어가 이 과정을 더욱 잘 표현한다고 봅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서 제일 중요한 건 복음 선포입니다. 복음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새 교황령에서 각 부서를 정할 때 첫 번째가 복음화 부서가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신앙교리부입니다. 예전에는 신앙교리부가 으뜸가는 부서였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가 되었습니다. 신앙과 교리가 물론 중요하지만, 복음을 사는 것이 첫 번째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덕봉사부가 신설됐습니다.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것이 교황님께서 모든 형제자매에게 말씀하시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성직자부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사제 양성과 관련한 변화가 있습니까?
사제들과 신학생들의 쇄신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미성년자 성추행, 동성애 등 사제들이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비판을 넘어서야 합니다. 사제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기쁜 사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시노드 사무국 사무총장 마리오 그렉 추기경과 성직자성 장관인 제 명의로 전 세계 사제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사제가 시노달리타스를 살지 않는다면 시노달리타스나 시노드 교회는 슬로건에 불과합니다.
신학교는 사제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복음을 사는 데서 시작합니다. 교황님께서 지난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에서 일부 사제들을 ‘성직화한 이방인’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베드로 사도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살지 않는 교회 쇄신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교황님과도 자주 소통하시죠?
사제들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은 매우 큽니다. 교황님이 사제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와 성직자성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 교황님께 보고드립니다.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신학교 방문 등 일정이 있을 때 제가 준비한 원고를 미리 보여드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황님께서는 좋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3월 19일 전 세계 사제들에게 보낸 편지도 미리 교황님께 보여드렸다고 들었습니다.
교황님께 편지를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린 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가 마리오 그렉 추기경께 먼저 제안했고, 시노드 사무국과 성직자성 차관들까지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과거의 형식과는 다르게, 형제들에게 동료 사제에게 쓰는 편지이기 때문에 더 걱정이 많았습니다. 교황님께 편지 초안을 보내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서 ‘사랑하는 라자로, 동의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형제 프란치스코가’라면서 즉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교황님 편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편지 내용의 연장선이 바로 교황님의 성소 주일 담화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둘로 갈라져 반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통합은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면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복음 말씀에서 보면 주는 삶을 살 때 통합이 이뤄집니다. 사회에서 특별히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어려운 분들과 나눔의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대전교구 신자들, 한국의 신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전교구는 저의 어머니 교회입니다. 특별히 대전교구의 보배인 순교 성인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는 후손다운 삶을 살도록 합시다. 교황님의 지향과 건강을 위해 계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리고, 제가 순교자들의 장한 후손답게 봉사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 교회와 나라를 위해서 저도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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