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국방 예산이 1000조 원에 달해 ‘천조국(千兆國)’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가톨릭 선교매체들이 재정난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직면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가 운영하는 통신사 CNS(Catholic News Service)는 최근 워싱턴과 뉴욕에 있는 편집ㆍ보도본부는 문을 닫고 바티칸 지국만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역사가 102년 된 CNS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뉴스를 공급하던 ‘가톨릭의 AP’ 같은 통신사였다.
미 주교회의가 CNS 축소를 단행한 일차적 원인은 만성적인 재정난과 매체환경 변화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의 주교들이 편집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CNS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 축소를 주도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뉴욕대교구가 발행하는 격주간 종이신문 ‘가톨릭 뉴욕(Catholic New York)’도 오는 11월 17일 자로 폐간한다고 발표했다. 뉴욕대교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독자 수가 급격히 줄어 ‘적자 늪’에 빠진 전통 매체를 없애고,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뉴스 전달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최근까지도 발행 부수 10만 부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문 종사자 13명은 전원 일자리를 잃게 됐다. 대교구 총대리 조셉 라모테 몬시뇰은 “애독자들과 취재 보도에 헌신해온 기자들을 생각하면 매우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며 “대교구는 13명과 마지막 호 발행까지 함께할 것이고, 이후 그들이 교구 안에서 적합한 일자리를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