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력 공백·재정 적자로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 미국·유럽 주교단, 지원 호소
미국과 유럽의 주교들이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불안으로 고통을 겪는 레바논 국민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다비드 말로이 주교와 독일 주교회의 중동연구분과장 우도 벤츠 주교 등은 1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그리스도인-무슬림 공존의 모범이 돼온 레바논이 고통과 가난, 절망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6개국 주교 8명이 서명한 성명 제목은 ‘절체절명의 위기(Great Danger)에 빠진 평화와 형제애의 보편적 메시지, 레바논’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려가 레바논의 전례 없는 위기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며 “교황과 함께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교들은 유엔이 위기 해결책을 찾아 나서도록 여론을 조성해 달라는 라이 추기경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 추기경은 마로니트 동방 가톨릭교회 안티오키아 총대주교다.
‘향백나무의 나라’ 레바논은 중동에서는 드물게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2019년 시작된 위기는 사실상 경제 금융 위기였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정치 혼란으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8월 베이루트 항구에서 207명이 사망하고 6500여 명이 부상당하는 대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참사는 ‘인류 역사상 핵폭발을 제외하고 세 번째로 큰 폭발’로 불린다.
레바논은 재정 적자와 채무 불이행, 정치 지도력 공백이 겹쳐 독자적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물가 상승과 실업, 젊은이들의 이주가 국민들을 더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이어진 위기로 인해 인구의 절반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레바논의 비극은 국제 사회의 다급한 현안에 가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8월 4일 베이루트 대폭발 1주기에 “레바논의 많은 사람이 삶의 희망을 잃었다”며 “국제 사회는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레바논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 달 전에는 바티칸에서 레바논 그리스도교 대표들과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배움의 기회를 잃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20만 달러(한화 2억 4000만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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