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하노이대교구장 조셉 티엔 대주교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던 뷰반(Vu Ban) 성당에 관리 2명이 갑자기 들어와 강론대를 점거하고 신자들에게 해산을 지시했다고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이 보도했다.
사태는 영성체 시간 직전에 벌어졌다. 중단된 미사는 신부들과 신자들이 강력히 항의하면서 승강이를 벌인 끝에 재개됐다. 하노이에서 120㎞ 떨어진 호아빈 성의 뷰반 성당은 대교구 관할 구역상 변두리에 있다. 올해를 ‘복음화의 해’로 선포한 티엔 대주교는 셋째 주일마다 변두리 성당을 방문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들의 성당 난입 이유와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공산당 간부의 종교에 대한 몰이해나 과격한 방역 조치로 추정될 뿐이다. 관리 두 명 중 한 명은 공산당 지역 책임자라고 주민들이 주장했다. 뷰엔 성당 신자들은 “성스러운 종교 예식과 공간을 무시한 관리들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종교 모독”이라고 규탄하고 이들을 사법 당국에 고발했다.
2분 분량의 현장 영상을 보면 한 관리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우의를 입었다. 사제 서너 명과 신자들은 이들이 제단에 오르는 것을 막지만 역부족이다. 제지를 뿌리치고 강론대 마이크를 잡은 관리는 큰 소리로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협박한다. 이어 “성당에서 당장 나가라!”고 외치는 신자들 목소리가 들린다. 신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그들은 미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협조를 구한 뒤 뭔가를 말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티엔 대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지역 사회에서 연민과 자비 넘치시는 하느님의 용감한 증인이 되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했다.
뷰엔 본당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1954년 공산당이 북베트남을 장악한 이후 한동안 폐쇄됐다. 이 무렵 북부 지역 신자들이 대거 남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성당들은 대부분 방치되다시피 했다. 뷰엔 본당만 하더라도 몇 년 전에야 신부들이 들어가 사목 활동을 재개하면서 활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국가다. 하지만 교회는 창립 직후인 16세기부터, 특히 19세기에 모진 박해를 받았다. 박해가 지속된 4세기 동안 신앙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신자 수가 13만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7명이 순교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교회는 1975년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공산 정부의 종교 활동 제한과 관리 감독은 여전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신자 수는 약 660만 명,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