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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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목

[사도직현장에서] 현장, 이웃과 아픔 나누는 삶의 자리.

참 빛 사랑 2018. 11. 5. 21:36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현장’은 어떤 일이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을 뜻한다. 그래서 현장은 이론이나 지식이 주는 딱딱함이 아니라 생생함, 현실이 체감되는 곳이다. 그곳에는 감동과 웃음이 있다.

그런데 반대의 현장도 있다. 뼈저린 눈물, 아픔, 억울함, 절망과 소외가 만연한 현장. 노동사목 소임을 하면서 이처럼 안타까운 현장을 자주 찾는다. 각종 노동 문제, 정리해고, 부당 노동행위로 내몰려 거리에서라도 자신의 처지를 외쳐야만 하는 분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그분들의 억울함과 그들을 향했던 부조리한 처지가 뒤섞여 있다.

처음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거리 미사에서 내 안에 일어난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나도 많이 몰랐구나.’ 주변에 어려운 이들이 있는 곳은 비단 노동 현장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이가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사상가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부끄럽지만 좁은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곳 노동사목 현장은 내 눈길을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돌리도록 해주고 있다. 처음 접했던 현장은 낯설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웃과 함께하고, 기도하기 위해 간다. 부족하지만 이런 작은 발걸음이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는 일이라 여긴다.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을 묵상하는 가운데, 우리가 어려운 이웃에게 더 관심을 갖고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