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모님께 남북화해 기원하기 딱 좋은 곳
▲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군사작전 지역 내에 세워진 성당이어서 고도 제한으로 지하에 성당을 지었다. 사진은 파티마 평화의 성당 입구.
▲ 파티마 평화의 성당 광장에 있는 성모상. 파티마 현지에서 가져온 성모상이다. |
파티마 평화의 성당. 분단의 비극과 아픔을 마주한 성당이다.
1번 국도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을 지나 통일로 끝자락까지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판문점 입구를 마주한다. 민간인이 군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북방 한계선 끝 지점이다. 이곳과 불과 2.5㎞ 떨어진 문산읍 마정로 110 에 파티마 평화의 성당이 있다.
이 지역은 임진강을 사이로 남북이 70여 년째 갈라져 있는 분단의 현장이다. 무장한 군인들과 차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 탱크 저지선과 같은 구조물들이 무겁게 긴장감을 준다. 세월이 흐르면 상처는 남아도 아픔은 줄어드는 모양이다. 포탄과 총탄으로 찢긴 녹슨 증기 기관차와 건널 수 없는 자유의 다리, 철조망을 빼곡히 덮은 통일 염원 리본은 이제 행락객들의 사진 촬영 배경일 뿐이다. 분단과 이산을 체험하지 못한 인생은 슬플래야 슬플 수가 없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분단이 낳은 정체불명의 관광명소로 변질되고 있을 때 우리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통일, 세계 평화를 위해 치열하게 기도하는 성전이 준비됐다. 바로 파티마 평화의 성당이다. 무려 33년 만에 지어졌다.
1974년부터 해마다 임진각에서 세계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미사를 봉헌해온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한국본부(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가 1982년 이곳에 성당을 짓기로 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올해로부터 100년 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 마리아의 말씀에 따라 공산주의자들의 회개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고 그분의 요구를 실천하는 기도 사도직 단체다. 공산주의자들의 붉은 군대에 대항해 성모님의 푸른 깃발 아래 뭉쳤다 해서 ‘푸른 군대’라고도 한다.
1987년 부지를 마련했으나 성당이 들어설 곳이 군사작전 지역이어서 군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한국본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당 건립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2012년 부지를 매입한 지 25년 만에 국방부 장관의 허가와 1사단의 동의로 성당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단 성당 규모는 지상 198㎡(60평)로 제한한다는 조건이었다. 고도 제한에 따른 건축물 높이와 면적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땅을 파 지하 2층으로 지어졌다.
대리석 아치를 지나 푸른 강화 유리 지붕 아래로 내려가면 파티마의 성모자상이 반긴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중정(中庭)을 만난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 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성화가 전시돼 있다. 대성당은 지하 2층에 자리한다. 300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성당은 주 제대와 4개의 소 제대로 나누어져 있다. 주 제대 벽 전체는 황동 부조로 장식돼 있다. 천주 성부와 비둘기 형상의 성령께서 십자가 상의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그리고 ‘은총과 자비’(GRACE AND MERCY)라는 글과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성체와 성혈을 담은 성작이 양옆에 있다. 또 파티마에 발현하신 평화의 모후 성모 마리아와 발현 목격자인 어린 루치아가 조각돼 있다.
제단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상과 감실, 제대가 일직선 상에 있도록 배치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심으로서 참된 하느님임을 드러내 보여주셨음을 선포하고 있다. 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우리 구원이 전해지고, 미사가 모든 전례의 중심임을 알린다.
소 제대에는 파티마의 성모님을 목격한 히야친타와 프란치스코 두 복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또 죄인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신 파티마의 성모님의 주요 메시지와 발현 모습을 묘사한 부조로 꾸며져 있다.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지하 2층인데도 채광이 좋다. 성당 안으로 빛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채광 지붕을 올렸기 때문이다. 채광 지붕은 환기구 역할도 함께해 지하 성당임에도 쾌적한 느낌을 준다. 양측 벽면엔 창을 내고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해 온종일 형형색색의 빛이 성당 안에 머물러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스테인드글라스는 흰 대리석 바닥과 흰색 천장으로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성당 내부에 온화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도 한다.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휴전선 접경에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성모님께 의탁하고 성모님을 통해,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소중한 곳이다.
성당은 고해성사와 미사, 묵주기도 피정도 있으며, 매월 3박 4일, 4박 5일 피정도 마련돼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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