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신앙 농사 망치면 집안 교회 대 끊긴다
혼인과 가정은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음으로써 시작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창세기 첫 장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남자는 동물들과 주변 세상 가운데서 느끼는 고독을 덜어줄,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창세 2,18.20)를 애타게 찾고 있다”(12항). 그 짝은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경의 다른 표현을 인용하면 남자에게 “뜻이 맞는 협조자요 의지할 기둥이 되는”(집회 36,29) 여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가의 한 대목도 인용한다. “나의 연인은 나의 것, 나는 그이의 것… 나는 내 연인의 것, 내 연인은 나의 것”(아가 2,16; 6,3).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 의지할 기둥, 자기의 고독을 덜어줄 짝을 찾던 남자는 자기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는 여인을 만난다. 이 만남은 두 남녀를 결합하게 하고 한몸이 되게 한다. 이로써 혼인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정이 시작된다.
둘이 한몸이 되게 하는 이 결합은 어떤 결합일까? 교황은 혼인의 결합은 “성적이고 육체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 자발적으로 서로를 내어주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결합으로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마음과 삶의 결합에서, 그리고 마침내는 자녀에게서 한몸이 된다”고 설명한다. “자녀는 유전적으로만이 아니라 영적으로도 부모의 ‘몸’을 나누어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13항).
부부의 결합(혼인)이 지니는 의미를 이같이 제시한 교황은 이제 부부를 토대로 그 자녀가 함께 이루는 가정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성경을 인용하면서 고찰한다(14~18항). 부모는 어떤 의미에서 가정의 토대, 기초다. 그렇다면 자녀는 무엇에 비길까. 교황은 자녀들을 “가정의 ‘살아 있는 돌’”(14항)과 같다고 본다. ‘살아 있는 돌’이란 신약 성경 베드로의 첫째 서간에 나오는 표현이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1베드 2,5). 가정에서 살아 있는 돌인 자녀들의 존재는 대대로 이어지는 가정의 연속성에 대한 표시다.
교황은 이어 “집에 모이는 교회”(1코린 16,19 등)라는 성경의 표현에 주목하면서 가족의 생활 공간인 가정은 그 안에 그리스도를 모실 때 집안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여기서 한 가지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가정이 집안 교회로서 대를 이어 가면서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자녀에 대한 신앙 교육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녀를 신앙 안에서 키우는 장소”인 가정에서 “부모는 신앙에 있어서 자녀들의 첫 교사가 된다”면서(16항), “부모는 이 교육에 진지한 책임을 진다”(17항)고 강조한다.
반면에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탈출 20,12)는 계명을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여기서 ‘공경한다’는 표현은 말로만 때우는 것이 아니라(마르 7,11-13 참조),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행한다는 것과 관련된다고 교황은 설명한다(17항).
그런데 “자녀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기들이 꾸려가야 할 고유한 삶이 있다”(18항)고 교황은 적시한다.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신 가정에서 신앙으로 양육되는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지만, 자기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나아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명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부모와 가족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을 이 삶의 모델로 제시한다. 어린 예수는 지상의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을 뿐 아니라(루카 2,51 참조), 열두 살 때는 더 큰 사명을 실행하기 위해 지상의 가족으로부터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마리아와 요셉에게 알려 주었다(루카 2,48-50 참조).
나아가 예수님은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루카 8,21)이라며 가정 안에서도 믿음과 그에 따른 실천이라는 더 깊은 유대의 필요성을 제시하신다. 그뿐 아니다. 예수님은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서 오히려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두 가지만 성찰하자. ①우리 가정은 집안 교회인가. 그래서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고,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첫 교사 역할을 하고 있는가. ②부모로서 자녀를 소유물, 혹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줄 존재로 여기는가, 아니면 자녀의 인격과 고유한 개성을 존중하는가.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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