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전 세계의 주교 대표들이 로마에서 가정을 주제로 회의(주교 시노드)를 개최했다. 주교들은 많은 의견들을 나눴고 의견들을 수렴해 정리하고 투표로 확정한 후 교황에게 건의했다. 그 후속으로 교황이 ‘사도적 권위’로 발표한 문헌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이다. 문헌에 ‘가정에서의 사랑에 관해 주교들과 사제들과 부제들과 봉헌 생활자들과 그리스도인 부부들과 모든 평신도들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드 후속 권고’라는 긴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다.
서론(1~7항)
“가정들이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문헌의 성격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가정이 가족 구성원들의 상호 사랑으로 표현되는 기쁨의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명제라 할 수 있다. 사실 어떤 가정도 출발하면서 사랑의 기쁨으로 충만한 가정을 꿈꾸지 않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가정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교황은 이렇게 밝힌다. “혼인 제도의 많은 위기 징조들에도 불구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려는 갈망이 특별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동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교회에 주는 영감입니다. 이 갈망에 대한 응답인 ‘가정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선포는 과연 기쁜 소식입니다’”(1항). 가정 자체가 바로 기쁨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이어 문헌의 배경과 성격, 구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와 함께 문헌을 읽을 때 고려해야 할 점도 언급한다(2~7항). 교황은 우선 혼인 및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과 관련해 시노드 이후에 나온 반응이 다양했음을 주목한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교회 가르침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나 기본 교육이 터무니없이 총체적 변화를 바라는 태도다.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규칙을 모든 문제에 적용해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다. 셋째로는 특정한 신학적 고찰에서 부당한 결론들을 이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다(2항).
교황은 이어 가정과 관련한 교리적 윤리적 또는 사목적인 모든 문제를 교회 교도권이 개입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통일된 가르침과 실천은 교회 안에서 확실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 가르침의 일부 측면을 해석하는 또는 그 가르침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 다양한 방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3항). 원칙적인 교리적 가르침은 분명하지만 그 가르침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은 구체적인 상황과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을 이를 진리로 인도하시는 성령께 마음을 여는 것에, 또 복음의 토착화와 결부시킨다.
교황은 가정에 관한 두 차례의 시노드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다면체의 보석”이라고 부르면서 이 시노드 후속 권고에는 시노드에서 나온 의견들뿐 아니라 성찰과 대화와 사목적 실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 또 매일 투신과 도전 속에 살아가는 가정들에게 도움이 되고 격려가 되는 부분들도 고려했음을 밝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이 문헌이 특별히 자비의 희년에 적절하다고 본다(5항).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그리스도인 가정들에게 혼인과 가정이라는 선물을 소중히 여기며 너그러움과 헌신과 충실과 인내의 덕들로써 사랑을 강화해 잘 가꾸도록 초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사람에게 가정생활이 불완전하거나 또는 평화와 기쁨이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자비와 친밀함의 표징이 되라고 격려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친절하게 문헌을 읽는 방법도 제안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본문을 서둘러 읽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가정들과 또 가정 사도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각 부분을 읽을 때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부부들은 4장에 더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고, 반면에 사목자들은 6장에 더 관심을 두고 읽을 수도 있다. 8장은 누구에게나 도전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황은 “가정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는 말로 서론을 마무리 한다(7항). 2015년 9월 쿠바를 사목 방문 때에 가정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한 연설 내용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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