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한 수녀원 뒷산을 산책하면서 산문의 문체적 향기와 울림이 있는 책을
한 권 읽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습니다. 수녀원으로 돌아와 5월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책을 고르다 『사람은 사람을 부른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알록달록한 꽃과 피아노 그림 아래 인쇄된 작가들의 이름을 보며 적이 놀랐습니다. 김연수, 오정희, 한수산, 공선옥, 이명랑
소설가들과, 시인 조창환 님까지. 생각의 깊이와 날카로운 관찰력, 개성의 덕목들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유명 작가들의
산문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갑자기 제 눈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소설과 시로 문단을 평정하던 분들의 산문은 과연
어떨지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훌륭한 작가들의 섬세한 표현과 풍부한 체험을 통한 고백의 울림이 컸습니다.
종교와 신앙을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 속에는 진실과 웃음, 활기가 배어 있었습니다. 열정이 뚝뚝 묻어나던 소설이나
시어들과는 또 다른 초연하면서도 깊은 삶의 맛을 음미하게 합니다. 일곱 분의 글들이 사연과 사건은 다르지만 같은 눈높이에서
찾고 있는 갈망의 크기가 낯설지 않고 따뜻해 책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순형 화가의 품격 높은 삽화
그림까지 잘 어우러져 덤으로 기쁨을 선물 받은 마음입니다.
건강한 메시지의 책을 만나는 것은 축복입니다. 회원님들도 지치고 어려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책 속에 난 길을 천천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계절이니까요.
바오로딸 홈지기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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