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2024/04/13 6

[현장 돋보기] ‘그림자 노동’을 하는 여성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이 책은 스웨덴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다. 1960년대 이혼 후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운 여성 노동자가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일상을 적어내려 갔다. 책 제목은 수없이 펼쳐진 바닥과 또 그것을 닦아내야 하는 노동을 충분히 상상하게 했다. 바닥을 닦는 일이 더 낮아지기 위한 노동으로 여겨져 마음이 더 아려왔다.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를 거닐며,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또 수없이 많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발을 디뎠을 바닥. 이 바닥을 걸어 다닌 이들 중에 가장 작은 이는 누구일까.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당과 병원에서 ‘그림자 노동’을 하는 여성 신자들을 만났다.(무언가를 기념한다는 말은 씁쓸하다. 기념하지 않는 날에는 잊힐..

여론사람들 2024.04.13

[조민아 평화칼럼] 부활을 맞이하였는가

10년 전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를 기억한다. 304명의 목숨이 차가운 바다에 잠겨 있던 그 날, 나는 성당 앞 어두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앉아 있다 집에 돌아오고 말았다. 부활 선포와 함께 성당 안을 환하게 밝힐 빛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덤가가 되어버린 팽목항에 그가 상처 입은 그대로 남아 흐느끼고 계실 것 같았다. 부활 아침이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해 이후, 내게 부활 축일은 이전과 같지 않지만, 나는 이제 미사에 참여한다. 아직도 탈출기 14장 독서를 들을 때면 거대한 물의 이미지가 떠올라 몸이 움찔하고, 성당 앞 노란 개나리꽃들을 보면 노란 리본이 떠올라 마음이 저리지만, 세월호의 기억은 이제 내게 주님 부활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여론사람들 2024.04.13

[독자마당] ‘부활절 달걀’ 공식 깨고 ‘1인 1닭’ 선물한 종로본당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이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펼친 ‘1인 1닭 바비큐 이벤트’ 모습. 윤주현씨 제공 주님 부활 대축일에 본당에서 나눠준 달걀 맛있게 드셨는지요? 우리는 예수님 부활의 기쁨과 기적을 묵상하며 부활 대축일을 경건히 보냈습니다. 왜 ‘부활절=달걀’이 공식처럼 된 걸까요? 아마 하나의 생명이 단단한 달걀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오듯 예수님께서 무덤을 깨고 나오신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보여주신 모습은 그리스도의 위대함이고, 그를 만난 우리는 비로소 구원받아 기존의 나를 깨뜨리고 새롭게 거듭난다는 것을 달걀에 비유한 것 같습니다. 부활 달걀을 주는 틀을 깨고 닭을 준 본당이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입니다. 4인 가족이 1인 1닭입니다. ..

여론사람들 2024.04.13

[시사진단] 일-가족 균형, 워라밸(김인숙 모니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지금은 정치계를 떠났지만, 18대 대선에서 내놓았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선 슬로건은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것은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손 전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책임지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압축해 보여주었다. 이 슬로건은 우리 사회의 고속 성장과 그로 인한 피로를 한 방에 날려주는 듯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 들었다. 가족과 저녁을 먹고 함께 안양천변을, 한강변을, 동네 공원을 한가롭게 걷거나 사랑하는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거나 하는 그런 삶이었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갑자기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있겠구나..

여론사람들 2024.04.13

[신앙단상]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박모란 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 차 교리교사)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주일학교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저를 부릅니다. 그리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냅니다. “오늘 ‘바다의 별’ 축제에 신부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안 오셨어요. 제가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축제 미사 때 독서를 다 외워서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부님은 미사 집전도 해야 하고 바쁘시잖아. 그래서 베로니카 선생님이 가셨잖아.” “알아요, 그래도 연락해 주시기로 하고 연락도 안 주셨어요.” 입을 쭉 내밀고 속상함을 토해내는 아이였습니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원합니다. 첫영성체 교육을 할 때도 한 명이 제 품에 안기면, 다른 한 명이 와서 안기고 또 다른 아이가 와서 안깁니다. 그러면서 서로 ‘저리 가! 우리 선생님이야!'..

여론사람들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