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2024/04/06 5

[이소영 평화칼럼] 귀 잘린 이의 마음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상영할 당시 난 이십 대 초반의 ‘냉담자’였다. 열여덟 살의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도중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한 이후 별다른 계기 없이 무심해졌던 것이면서 남들에겐 멋있어 보이고 싶어 캘리니코스의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을 읽고 나서 신앙에 회의를 느꼈다고 짐짓 꾸며 말하곤 했다. 당시 영화 보러 간 것 또한 신앙심 때문은 아니었다. 연출자의 보수성에 대한 여러 비판을 접하고서 직접 작품 감상한 후 비판자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상영관 조명이 꺼진 후부턴 날 선 비평의 시선은 어디 가고 잔혹한 장면이 나올 기미가 보이면 겁부터 집어먹었다. ‘희생자의 무고함보단 박해자들이 그의 육신에 가한 고통을 선정적으로 부각한 연출이 문제적’..

여론사람들 2024.04.06

[현장 돋보기] 충만한 하루

“눈 뜨면 창조요, 눈 감으면 종말이라.” 어느 노(老) 수사의 말이다.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충실하게 살라는 뜻일 터. 일생을 그 단순한 신념으로 살아왔다는 나이 지긋한 수사의 얼굴에서는 참 묘한 편안함과 단단함이 느껴졌다. 진리를 추구하는 수많은 현자들은 하나같이 과거에 얽매이지도, 미래의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현실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에 대한 불만과 자조 섞인 한탄이 새어나오기 일쑤다. 이를 다잡는 방법으로 많은 이들이 걷기를 추천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거기에 신앙을 더한 순례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얼마 전 친한 후배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났다. 순례 중간 보내오는 ..

여론사람들 2024.04.06

[신앙단상] 주님의 큰 그림(김정은 로사, 방송작가)

‘나를 만드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고등학교 시절, TV를 보다가 한 스포츠 광고의 카피 한 줄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15초 안에 마음을 사로잡는 카피라이터가 근사해 보였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광고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하고 각종 공모전에도 도전했죠. 많은 우여곡절 끝에 광고회사 인턴으로 최종 15명 안에 들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는 기쁨도 잠시, 정직원이 되기까지 두 달의 평가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멋진 카피라이터 선배들과 실무에 동참하게 된 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필하기는커녕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잔뜩 위축돼 있었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밤늦도록 경쟁 PT를 준비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퇴근하던 캄캄한 길,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창 밖의 가로등을 촛불 삼아 기도했습니다. ..

여론사람들 2024.04.06

[시사진단] 투표하는 마음(박상훈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은 ‘독재화’(Autocratizing)가 진행되는 국가로 평가됐다. 그동안 민주주의 상위국가에 포함되었던 한국이 몇 년 사이 독재국가로 추락했다. 보고서는 특히 ‘권력남용, 평등권 침해, 언론 검열과 탄압’을 가장 중요한 하락 요인으로 들었다. 32개 상위 국가 가운데 이런 독재화 진행국가로 분류된 국가는 한국 하나다. 이 지표만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말할 수 없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려 절망하고 마음 상한 이들이 늘어만 간다. 민주주의를 포함해 어떤 사회제도이든 시민들에게 복리를 제공하고 미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나 품위 있고 충만한 삶을 살게 하는 공동체의 형성이야말로 제도..

여론사람들 202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