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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북녘땅 향한 간절한 기도 “주님… 평화를 주소서”

참 빛 사랑 2023. 6. 11. 16:58
 
민족화해를 염원하는 여성 수도자와 사제들이 철원 소이산 전망대에서 북녘땅을 향해 손을 뻗으며 평화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산 정상에 올랐으니 우리 북녘을 향해 함성 한번 외쳐 볼까요? 평화를 주소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인 5월 31일 강원도 철원군 소이산 전망대에서 민족화해를 염원하는 여성 수도자와 사제들이 철원평야 너머로 펼쳐진 비무장지대(DMZ)와 북녘땅을 바라보며 평화를 간구했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위원회(위원장 이선중 수녀)는 이날 분단의 아픔이 서린 철원에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연대 순례’를 했다. 이들은 소이산 전망대에 올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민족화해전문위원회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한경호(꼰솔라따 선교 수도회)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부모님 모두 이북(함경남도) 출신”이라며 “실향민들이 지닌 아픔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분단의 비극이 저희 가정사에도 녹아있다”며 “아버지는 인민군 징집을 피하려 1951년 1.4 후퇴 때 혼자 국군과 유엔군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가족과 작별했고, 출신 배경으로 인한 의심을 피하고자 곧장 해병대 12기로 입대해 전쟁에 참전했다”고 가족사를 전했다.

한 신부는 “주님의 어머니와 함께하는 평화 순례의 은총과 사명을 되새겨보자”며 “언젠가 남북이 자유롭게 만날 날을 기다리며 평화를 지향으로 계속 활동하자”고 격려했다.

미사 파견 성가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북녘땅을 향해 울려 퍼졌다. 곧이어 다 함께 두 손을 북을 향해 뻗으며 주님께서 북녘 동포들에게 강복하시길 기도했다.
 
순례단이 분단으로 끊겨버린 금강산 전기철도 교량을 직접 걸어보며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순례단은 이어 식품 가공공장을 고쳐 만든 ‘국경선평화학교’를 방문해 ‘피스메이커(평화운동가)’를 양성하는 교장 정지석 목사의 강의를 들었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정연리 마을도 찾아 주민들이 직접 기른 재료로 만든 밥을 먹었다. 분단으로 끊겨버린 금강산 전기철도 교량을 직접 걸어보며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는 시간도 가졌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건립된 교량은 지하자원 수탈과 금강산 관광에 이용됐고, 6·25 전쟁 때엔 북한이 군수물자 수송용으로 썼던 곳이다.

이번 순례는 19개 수도회 소속 여성 수도자 57명이 참여했다. 배수판(도미니코 수도회) 신부와 정수용(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신부도 함께했다. 김경희(성심수녀회) 수녀는 “다시 희망을 품고 평화와 통일을 꿈꾸며 기도할 힘을 얻어간다”고 밝혔다. 인천새터민지원센터에서 소임 중인 정미(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는 “센터에서 만난 북한이탈주민들이 그리운 고향을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오복선(예수수도회) 수녀는 “올해가 정전 협정 70주년인데, 100주년이 되기 전에 통일이 꼭 이뤄지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정수용 신부는 이날 오전 북한의 군사위성운반로켓 발사로 마침 때아닌 혼란을 겪은 일을 언급하며 “오늘 우리가 분단의 현실을 다시금 경험한 것이 앞으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평화를 구체적으로 구상할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