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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북한 발사체도 한반도 평화 위한 기도 막을 수 없어

참 빛 사랑 2023. 6. 11. 17:01
 
강원도 최북단 통일전망대 성모상과 십자가 앞에서 ‘통일 기원 성모 기도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성모 성월의 마지막 날인 5월 31일 강원 최북단 통일전망대 성모상 앞에서 ‘통일 기원 성모 기도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북한은 하늘을 향해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행사에 참여한 신자 100여 명은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의 성모님, 사랑하올 어머니, 지극히 지혜로우신 동정녀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며 성모 호칭 기도를 바쳤다. 계속된 북한의 위협과 남한 신자들의 통일 염원 기도가 하늘 위에서 아이러니하게 겹친 날이다.

나지막한 기도 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멀리서 ‘두드득, 두드득’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인근 명파리 사격장에서 벌건포를 이용한 대공포 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다시 ‘쿵, 쿵’하는 포 소리도 울려 퍼졌다. 여전히 격렬한 남북 관계를 드러내듯 사격은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올해는 1953년 7월 27일 3년간의 긴 전쟁을 마무리하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우리가 전쟁을 완전히 끝낸 것이 아니라, 여전히 휴전 상황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자리였다.

당일 아침 북한은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군사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했다. 이 때문에 새벽부터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서울 지역은 경계경보 위급 재난문자로 어수선한 아침을 맞은 터였다.

이날 00검문소 표정도 삼엄했다. 검문소를 경비하는 장병들은 모두 소총을 휴대하고, 허리엔 방탄모를 걸친 채 출입자들을 통제했다. 잔뜩 긴장한 채 통일전망대를 향하던 신자들에게 한 예비역 장성이 “평소보다 경비 병력이 늘었다”고 전했다.

검문소 통과 후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남북출입국사무소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굳게 닫혀있었다. 15~16년 전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관광이 한창일 때엔 수많은 관광객이 오간 곳이지만, 이젠 출입국사무소를 향하는 사람과 차량은 전혀 없었다.

 
강원도 최북단 통일전망대 성모상 앞에서 ‘통일 기원 성모 기도의 날’ 행사에 참여한 군인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통일 기원 성모 기도의 날’ 기도는 훨씬 뜨거웠다. 통일전망대를 경비하는 22사단을 비롯해 인근 부대 장병, 군종교구 동해본당 신자, 춘천교구 소속 가우디움 합창단, 그리고 멀리 서울 대치동본당 신자까지 참여했다. 이들은 기도와 미사를 주례한 12명의 군종신부와 함께 ‘하늘의 문, 샛별, 병자의 치유, 천사의 모후’ 등 성모 호칭 기도를 바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

구원근(다니엘) 전 동원작전사령관은 “오늘같이 북한이 도발할 때 이런 기도를 봉헌하는 것은 참 의미가 있다”며 “주님께서 지켜주시기에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우리가 버틸 수 있고,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을 강화시켜준다”고 했다. 이어 “군 생활 때에도 주님이 계시기에 더 중심을 잡고 용기 있게 임했다”며 “앞으로도 기도회를 통해 정신 전력이 더 강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인가족인 이현정(안젤라, 군종교구 동해본당)씨는 “기도회를 준비하느라 아침에 북한이 로켓을 쏜 것도 모른 채 왔다”며 “3년 만에 열린 성모 기도의 날에서 바친 대로 민족의 평화, 그리고 통일이 이뤄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했다. 김영희(아녜스, 서울 대치동본당)씨도 “아침에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전화가 와서 너무 놀랐고, 더 떨리는 마음으로 왔는데, 북한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군종교구 사목국장 김창환(국방부 군종정책과) 신부는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자”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가장 큰 고통을 당하셨고, 그다음으로 성모님께서 큰 고통을 당하셨다”며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우리 교회 어머니로 모신다”고 말했다.

군종교구는 매년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성모의 날 행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해 5월 31일 기도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날 기도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