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바티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바티칸 시국이 있는 로마는 다양한 목적을 지닌 방문객들로 항상 북새통인데 지금은 2025년 성년 준비로 온통 공사 중입니다. 차는 물론이고 걷기조차 힘든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에 가면, 바티칸에 들어서면 무언가 마음이 다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데 로마에 사는 지인에게 그런 감정을 표현하니 “거룩해지는 거야. 교황님이 계시는 바티칸이잖아!”라고 합니다.
성인들의 도시 로마에서 최근에 들은 핫한 이슈는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Carlo Acutis)의 시성입니다. 아직 시성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2025년 희년에 시성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시성이 되면 복자에게 붙여질 수식어 대부분은 ‘최초’입니다. 그는 최초의 밀레니엄 세대 성인이고 최초로 컴퓨터 게임을 한 성인이고 최초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성인입니다. 그는 1991년에 태어나 15세가 되던 2006년 백혈병으로 죽었습니다. 하지만 지상에서의 짧은 시간을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뜨겁게 살았으며 성체 신심과 성체의 신비를 인터넷을 통해 알렸습니다.
신앙의 증거자는 죽은 지 14년 후인 2020년에 시복이 되었고,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복자의 시신은 아시시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시성 심사에서 통과한 그의 두 번의 기적은 ‘전구 기도’를 통해서입니다. 그에게 전구 기도를 청한 환자가 후유증 없이 기적적으로 완치되었으며 기적 심사에서 ‘기적의 즉각성’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기적의 즉각성’은 말 그대로 전구를 청했을 때 바로 상황의 변화가 드러나야 하며 회복되었다고 해도 치료 기간이 긴 경우 ‘즉각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전구를 통해 ‘기적의 즉각성’을 보여준 프랑스 소녀 메이린(Mayline Tran)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프랑스 리옹에 살던 메이린은 세 살 때 가족과 식사 중 소시지가 목에 걸리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의사들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자고 했을 때 메이린의 어머니는 친구들과 학부모들에게 기도를 청했습니다. 그들은 즉시 ‘하느님의 종’ 폴린 마리 자리코(Pauline Marie Jaricot, 1799~1862)에게 전구를 청하는 9일 기도를 시작했는데 기도를 시작한 후 그녀의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었으며 2012년 12월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완치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메이린에게 일어난 기적이 인정되어 교황청 전교회 설립자인 평신도 폴린 마리 자리코는 2022년 5월 프랑스 리옹에서 시복되었습니다. 메이린의 기적을 체험한 그의 아버지는 세례를 받았고 메이린에게 일어난 신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전구 기도를 통해 소년은 성인 품에 오를 예정이고, 소녀는 프랑스 안시에서 평범한 여학생으로 살면서 기적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 중에 신경을 통해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는다고 기도합니다. 전구 기도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하느님께 전달해 달라고 바치는 중재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기적을 만들고 그 기적은 성인을 만들며 기적의 은총은 우리가 받는 것입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과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공로로 저희를 이 세상에서 보호하시며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고 두 분이 복자와 성인의 대열에 들게 하소서. 아멘.”
송란희 가밀라(한국교회사연구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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