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날 같았던 젊은이들이 길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은 지 2년이 됐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줄줄이 무죄 선고를 받고 있다. “사고를 예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 안전의 날’이 제정됐지만, 오송 지하차도 참사·아리셀 공장 화재 등 부실한 재난대응 체계로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는 ‘닮은 꼴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어떨까. 또래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일부 젊은이들 역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핼러윈 준비에 분주하다.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159명의 목숨이 남긴 여운이 너무나 짧다.
본지에서 생명윤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취재하며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살해, 임신 36주차 낙태 브이로그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끔찍한 사건들을 마주했다. 사건 발생 때마다 앞다퉈 ‘문제’라고 보도하던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주수에 관계없는 전면 낙태 허용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36주차 태아는 모체 밖에서 99.9% 생존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한 태아마저 낙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영아 살해를 허용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바엔 영아 살해 방지를 위한 법안을 왜 속성으로 통과시켰나. 눈 깜짝할 사이 달라지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에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국회에서도 사건이 발생하면 반짝 심포지엄을 개최할 뿐 후속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비극의 반복이 불 보듯 뻔하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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