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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프란치스코 교황 “시노드 여정의 핵심인 소통은 주님의 은총”

참 빛 사랑 2024. 9. 30. 14:43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사도궁 내 클레멘스 홀에서 한국 주교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제공

한국 주교단은 20일 오전 8시 35분부터 90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앗 리미나(Ad limina, 사도좌 정기 방문)의 꽃인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사도좌와 한자리에 마주앉아 한국 교회 현안을 나눴다.

이번 사도좌 정기 방문은 2015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 것과 달리 한국 주교단이 모두 함께 알현했다. 교황은 한국 주교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종일관 자상했다. 교황은 “목마른 사람은 뒤에 물병이 있으니 마시면 되고, 화장실에 갈 사람은 저쪽에 화장실이 있다”면서 “우리는 천사가 아니라 (물과 화장실이) 다 필요하다”고 말해 주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교들은 △시노달리타스 △세계청년대회 △생태환경 등을 주제로 질문했다. 그야말로 한국 주교들의 교황과의 시노드 자리였다. 다음은 일문일답(평어체로 요약).



“분단된 한국의 상황은 큰 고통이며 상처”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 교황님께서 10년 전 한국에 오셔서 124위를 시복하시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셔서 많은 한국인이 교황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교황님의 기도를 청한다. 또 한국 교회는 새 영세자 증가율도 많이 떨어지고 있고, 사제·수도자 성소도 급격히 줄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 분단된 한국의 상황은 큰 고통이며, 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이 고통의 상황이 빨리 개선되길 기도한다. 사제·수도자 성소의 급감은 서구에서는 ‘보통의 상황’이기도 하다. 저출생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아이들에게 더 너그러워지라고 말해야 하고, 그래서 가정 사목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시노드, 서로 의견 나누고 소통하며 성장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 세계주교시노드 제2회기가 10월에 개최된다. 앞으로 교황님은 전 세계 교회 안에 시노드 정신을 구현해 나갈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지, 아니면 성령께 맡겨드리시는지 여쭙고 싶다.

교황 : 교회는 지금 하고 있는 시노드를 통해 시노드가 무엇인지 더 이해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주교님이나 수도회 장상들의 능력은 신자들의 말을 듣고 함께 일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소통은 주님의 은총이다. 시노드 여정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오로 6세 교황의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를 읽고 또 읽으면 좋겠다.
 
한국 주교들이 20일 교황 알현을 하기 위해 클레멘스 홀로 향하고 있다.


‘길 위의 주교’로 살며 네 가지 친밀함 지향

대전교구 한정현 주교 : 교황님도 교구의 주교로 지냈는데, 그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업무는 무엇인지, 한국 주교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 어떻게 주교로 잘살 수 있는지 여쭙고 싶다.

교황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주교로 살 때 저는 ‘길 위의 주교’로 살려고 노력했다. 대중교통을 탔고, 자가용은 탄 적이 전혀 없다.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네 가지 친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첫째는 하느님과의 친밀함이다. 주교의 첫 번째 직업이라고 한다면 하느님과 친밀함을 쌓는 것이다. 둘째는 주교들 사이의 친밀함이다. 주교회의 안에서 당파를 만들지 마라.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 뒤에서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셋째는 사제들과의 친밀함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사제들에게 알려줘라. 사제가 전화하면 늦어도 다음 날까지는 응답하라. 사제들에게 부성(父性)을 드러내라. 마지막은 하느님 백성과의 친밀함이다. 특히 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신경을 더욱 써달라.



젊은이들 칭찬하고 격려하며 대화 이어가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모든 교구가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 젊은이들은 능력 있고 열정적이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회 구조로 인해 경쟁이 치열하고, 남녀 사이 젠더 갈등, 세대 갈등도 크다. 이런 어려움 속에 한국 교회는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설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교황님 말씀을 듣고 싶다.

교황 : 그들 가까이 있으면서, 그들이 질문할 수 있도록 개방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과 있을 때 “안 돼”라고 하면 그들은 바로 문을 닫고, 그들과의 관계는 끝이 난다. 젊은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젊은이들은 항상 시끄럽다. 시끄러움이 그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항상 동반을 받아야 한다. 어르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어르신들이 한쪽 구석에 있어서는 안 된다. 삶의 경험이 있는 그분들이 가족 안에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어르신들이 밀려나 있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태적 감각’ 지니도록 잘 이끌어야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 한국 교회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보내고 있다. 땅을 살리기 위해 ‘생명 농업’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을 위해 위로의 말씀 부탁드린다.

교황 : 주교님과 농민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젊은이에게 우리 어머니인 땅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일깨우기 위한 ‘생태적 감각’을 지녀야 한다. 사람들이 「찬미받으소서」와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잘 공부하도록 주교님들이 이끌어 주셔야 한다.

주교단은 마침 기도로 성모송을 바치고 교황 강복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교황에게 ‘방한 10주년 기념 사진첩’을 선물했다.

바티칸=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