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이 AIDS 가정을 방문해 가축을 나눠준 후 미소를 띈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내전 거치며 반군에 의해 AIDS 확산
사회적 낙인 우려 감염 사실 숨겨
잘 먹고 치료 받으면 살 수 있지만
빈곤으로 많은 어린이들 목숨 잃어
AIDS 가정 찾아가 가축·식료품 전달
학업 중단 않고 희망 갖고 살길 기도
아프리카와 AIDS(에이즈)
요즘은 젊은 엄마나 청년들이 진료소에 와서 조용히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 검사를 받길 원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즈 검사를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HIV 감염으로 면역세포가 파괴돼 면역기능이 떨어져 기회감염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AIDS는 1981년 세상에 처음 알려졌는데 그 후 전 세계 AIDS의 3분의 2가 아프리카, 특히 남아프리카에서 발병했습니다.
HIV와 AIDS가 유독 아프리카에서 만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프리카 빈곤이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여 년간 수많은 내전을 거치면서 반군들에 의해 HIV에 감염된 사람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AIDS가 번지게 되었고, 특히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AIDS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소외돼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보통 HIV에 감염된 어머니의 임신·출산·모유 수유 과정에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HIV에 걸린 어린이들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은 보통 어머니가 HIV 바이러스 노출이 의심될 경우에만 검사를 받을 뿐, 대부분은 아프고 나서야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가족 등 주변에 감염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자녀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IDS와 어린이들
지난해 AIDS 환자 가정의 어린이들을 돌봤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어두운 표정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 그들의 암담한 현실에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AIDS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녀들은 대부분 일찍 부모를 잃거나 편부모 아래에서 가난과 함께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또 지속적인 약 복용으로 무기력해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른들조차 땅 팔 힘이 없어 농사짓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AIDS에 걸렸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으면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 더 이상 고통으로 신음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진료소를 통해 현재 많은 환자를 돌보면서도 특별히 AIDS 가정들의 어려움이 저에게 제일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제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AIDS 가정을 방문하는 길. 숲을 헤치고 가면 그들이 사는 오두막이 나온다.
닭·염소 프로젝트
아테데 지역의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닭입니다. 닭은 그들에게 친숙하고,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기를 수 있습니다. 또 닭과 달걀로 요리도 쉽게 할 수 있어 영양을 보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AIDS에 걸린 아이들은 학비를 못 내 학업을 중단하고 무기력하게 집안에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작게나마 도움을 줌으로써 어린이들이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들과 같이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도우며 용기와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AIDS 가정에 닭을 나눠주고 잘 기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바로 ‘닭 프로젝트’였습니다.
최근에는 ‘피스메이커스’의 도움으로 AIDS 가정 중 어려운 가정을 선정해 닭·염소·돼지 등을 나눠줬습니다. 가축들을 잘 길러 영양보충도 하고 학비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어느 날 AIDS 가정에 나눠줄 가축을 사기 위해 나섰습니다. 진료소 직원, 지역 주민과 함께 시장에 가서 좋은 가축을 구매해 차에 싣고 돌아왔습니다. 새벽 3시에 진료소를 출발해 장장 8시간이 걸리는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소 직원과 주민은 온통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피곤과 배고픔보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행복이 더 크기에 그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그들이 소중하게 가축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가슴이 뭉클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연락받은 AIDS 가정들은 가축과 식품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진료소 망고나무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가축과 식품을 정리한 후 본당 신부님을 초대해 축복과 강복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은 은인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이 가축과 식품을 통해 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자고 하셨습니다. 모두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양혜선 수녀가 뇌수종·폐렴으로 입원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은인들에게 감사하며
진료소가 완공되기 전 빨리 이동진료를 시작해 멀리 살고 있는 AIDS 가정들을 돌보며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이제는 진료소가 완공돼 한 달에 두 번 멀리 떨어진 공소를 방문해 이동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이동진료 덕분에 진료소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질병을 파악해 약을 나눠 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이동진료 때만이라도 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 복용할 수 있으니 조금은 더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IDS 검사 때에 양성이 나오면 2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꾸준히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해주며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또 이동진료 때마다 우리 서비스에 대해 홍보를 하는데, 특히 산전 진찰과 자궁경부암 검사, AIDS 검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방과 조기 발견으로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한 마음과 도움의 손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과들을 보면서 나눔은 하느님의 일임을 다시 한번 체험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지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와 후원으로 저희 우간다 아테데 돈보스코-자티 헬스센터와 이동진료, AIDS 가정돕기 활동을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6-501-255477
국민은행 792001-01-283511
농협 351-0340-0268-13
예금주 : (재)천주교 까리따스 수녀회
양혜선 라우렌시아 수녀(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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