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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

교황을 기다리는 몽골 교회는 어떤 곳인가

참 빛 사랑 2023. 6. 26. 15:52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이 2018년 주교 시절 몽골 신자들과 함께 게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OSV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7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338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부산광역시(331만 명) 인구와 비슷하다.

본당은 8개, 신자는 1400명. 이들 신자들은 그 나라의 1세대 혹은 2세대 그리스도인이다. 흥미롭게도 이처럼 ‘작은 양 떼’로 살아가는 신생 교회에서 추기경이 탄생했다.

오는 8월 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 순방이 예정된 중앙아시아 몽골 교회의 상황이다. 교황은 8월 31일 닷새 일정으로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몽골을 방문한다. 몽골은 한국 교회가 아시아 선교 사명과 관련해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몽골 교회 자립 도와

몽골에는 본토인 신부가 2명밖에 없다. 바타르 엥흐 신부(2016년 서품)와 산자-짭 신부(2021년)다. 두 신부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돌아가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교구민들이 기도와 후원으로 ‘몽골의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탄생을 뒷바라지했다. 한국 선교사들도 몽골에 제법 많이 나가 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대구관구), 예수수도회, 대전교구 등에서 수녀와 신부 18명이 진출해 드넓은 초원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몽골 선교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선교사가 지난달 26일 선교지에서 선종한 대전교구 김성현(스테파노) 신부다. 2000년 몽골에 파견된 김 신부는 울란바토르에 성당을 짓고, 이어 초원지대로 이주해 게르(전통 천막) 생활을 하며 복음을 전하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눈을 감았다. 김 신부는 2017년 한국에서 개최된 선교 심포지엄에 참석해 유목민들과 초대 교회를 만들어가는 체험을 발표한 바 있다. 그때 김 신부는 발표 원고 제목을 ‘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루카 1,66)로 정했다. 이 성구는 유다 지방 사람들이 믿기 어려운 요한 세례자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내뱉은 탄성이다.

현재 몽골 교황대사는 주한 교황대사가 겸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몽골 교회 자립을 도와주길 바라는 교황청의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중앙 및 동북아시아를 통틀어 해외 선교 여력이 있는 교회는 사실상 한국 교회밖에 없다.



신자 0명→1400명

몽골은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에 복음을 접했다.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이단 판정을 받은 네스토리우스파가 중동 사막을 건너 7세기에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했다. 중국에서 경교(景敎)라고 불린 네스토리우스파는 대초원에서 개종자를 많이 얻었다. 유럽 수도자들이 13~14세기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 궁정과 접촉한 적도 있다. 하지만 14세기 몽골 제국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는 소멸하다시피 했다.

600년 동안 ‘복음의 불모지’였던 몽골에 다시 복음이 전래된 것은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다. 1992년 교황청과 몽골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직후 선교사들이 몽골에 들어갔을 때 신자를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몽골 교회는 교구 이전 단계인 지목구(Praefectura Apostolica)다.

교황은 지난해 8월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주교(49,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교세만 보면 추기경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교회다. 마렌고 추기경은 지난해 몽골 불교 대표단과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몽골 교회처럼 그리스도인이 1세대 혹은 2세대인 공동체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며 “(지목구장 생활은) 초대 교회처럼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는 매우 아름답고 흥미로운 모험”이라고 말했다.



또 변방으로 가는 교황

교황의 시선은 늘 중심보다는 변방을 향한다. 지난해 한 공개 석상에서 “저는 사람들이 경계, 변방 가까이에 있을 때를 좋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변방으로 가시어 복음을 전하셨습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교황은 몽골에 도착해 변방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신생 교회를 격려하고,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 간 평화와 대화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주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나가는 국민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