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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10·29 참사 참회록

참 빛 사랑 2022. 11. 12. 19:19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10ㆍ29 이태원 참사는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 망각이 낳은 예고된 참극이었다. 13만 명이나 되는 인파가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좁은 이태원 골목길에 운집했지만, 지하철도 무정차 하지 않았고 교통 통제도 없었다. 참사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시민들은 시시각각 다급한 상황을 112에 알렸다. 그러나 경찰의 답변은 “확인해볼게요. 출동할게요. 신고 접수할게요. 알겠습니다”가 전부였다. 모두 11차례 신고가 들어왔지만 4회만 출동하고 7회는 무시했다.

그날 사고 현장에서 1.4㎞ 떨어진 대통령실 집회에는 1100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태원 축제에는 고작 137명이 동원됐고 이마저도 대부분 사복 차림의 마약 단속 경찰이었다. 그날 용산 지역 집회에는 기동대 3개 부대가 오후 8시 30분까지 대응했다, 더욱이 야간 조로 편성된 기동대 1개 부대는 사고 현장에서 676m(도보로 12분) 떨어진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빗발치는 신고에도 기동대는 출동하지 않았다.

10ㆍ29 참사로 지금 대한민국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 참담함과 비통함,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연일 통곡하고 있다. 참사 목격자들은 죄책감에 악몽을 꾸고 국민들은 우울함과 무력감에 시달린다. 또래를 잃은 20대의 충격은 절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상황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입맛을 잃고 잠도 못 자는 불면의 고통이다. 이들 젊은이의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까? 우리는 언제까지 이토록 지독한 슬픔이 반복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재발을 막는 진정한 참회록을 써야 한다. 10ㆍ29 참사 앞에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무조건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참사로 마음을 다친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와 격려이다. 혼자 고립되지 않도록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해야 한다. 피해자의 분노와 불안을 일으키는 비난과 혐오 표현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당국자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나 행동은 분노의 폭발을 부를 뿐이다.

10ㆍ29 참사의 책임은 우선, 행정안전부가 있는 정부에 있다.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사회적 참사의 교훈을 망각했다. 잘못된 타성과 방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차별하고 배제하는 안전 시스템과 관행을 바꾸지 못했다. 참사 사흘 전 이태원 상인 단체는 용산구청과의 간담회에서 압사를 포함한 안전사고 대책을 요구했다. 또 일선 경찰들도 안전사고 우려가 담긴 보고서를 상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모두 무시당했다. 예언자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도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수많은 압사 사고 선례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태원 사고 가능성을 경고하는 데 소홀했다.

진정한 참회에는 행동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책임 소재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참사에 책임이 있는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따라 ‘셀프 수사’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쟁 없는 초당적인 국정조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검찰이든 독립된 기구든 특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사회적 참사를 보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늘 거짓말과 변명이었다. 세상에 영원히 감출 수 있는 진실은 드물다. 진실은 때가 되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힘이 있다. 특히 국민을 향한 정부의 거짓은 드러나는 순간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각종 소문과 괴담이 진실의 자리에서 춤을 춘다.

세월호 참사 8년. 우리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난대응시스템 구축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했고 허울에 불과했다. 사회 안전의 고귀한 가치는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의 영정 앞에서만 잠시 머물 뿐이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어린아이들과 젊은 세대에게 거짓과 부정의 가짜 참회록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