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쟁점 점검
![](https://blog.kakaocdn.net/dn/lQi2R/btrzYGfnH87/ywQIDOqeS20zQVBZv4Ebd1/img.png)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현재 장애인들에게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탈시설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는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할지를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탈시설을 둘러싼 쟁점과 가톨릭의 입장을 정리했다.
탈시설 찬반의 목소리
탈시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고 대규모 거주시설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자고 주장한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 참석한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은 중증장애인은 탈시설이 어렵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은 지적, 뇌병변을 동반한 중증중복장애를 가진 25세 딸이 있다”며 “최중증인 내 딸도 탈시설을 해서 살아가는데 왜 안 된다고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딸은 지역에서 초·중·고 12년간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고 현재는 활동지원사 두 명에게 교대로 8시간의 돌봄을 받고 있다”며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해 잘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중증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면 1차 병원부터 종합병원, 그리고 의료적 지원이 가능한 활동지원사를 만들어 엄마처럼 촘촘히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장애인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들의 탈시설에 반대하고 있는 측은 주로 자식이나 가족이 중증장애인 시설에 입소해 있거나 입소 대기를 하는 사람들이며,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자도 포함된다. 이들의 주장은 탈시설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7일 국회 공청회에서 참석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대표는 “31세 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이 있다”며 “20살 때까지 집에서 돌봄을 했고 21세부터 10년간 장애인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시설이 인권침해나 악의 상징인 것처럼 유도하는데 좋은 시설도 많이 있고, 가정보다 더 많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시설이 장애인 인권 보장임을 주장하지만, 의사 표현조차 못 하는 발달장애인을 강제로 자립시키는 것은 인권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탈시설 정책 추진 이후 시설 퇴소 압박에 보호받아야 할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선택 기회도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우리 아이 상태에 맞게 어디서 살든 결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과 국회에 계류된 탈시설지원법
정부는 2021년 8월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 로드맵’을 의결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해 매년 740여 명의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정착시켜 2041년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마무리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 설치는 금지되고, 현 거주시설은 자립지원 전담조직을 구성해 장애인 대상 자립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변경된다. 가평꽃동네와 충남 보령 성심원 등 200명 이상 대규모 시설은 정부의 거주 전환 조치를 우선 따라야 한다.
로드맵과 관련된 법률은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장애인권리보장 및 탈시설 지원 관련 법률안’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장애인 거주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며,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조치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최혜영 의원은 “이제는 공급자 중심에서 당사자 권리 중심의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을 범죄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법 제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가톨릭의 입장
2022년 3월 춘계 주교회의 총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훈 주교는 “독립권, 자유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체장애인들”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7일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도 이 주교는 “정부는 ‘앞으로 수년 내에 장애인 시설을 다 없애겠다’, ‘허가도 내주지 않는다’ 이렇게 규제를 하니까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설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2만여 명이고, 시설에 들어오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2~3만 명”이라며 “탈시설 로드맵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교회가 공인한 국내 장애인 복지기관은 345곳(전체 복지기관의 27%)으로, 이 가운데 절반(175곳)이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사회사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애인 선택권이 보장되는 다양한 돌봄체계 마련하라" (0) | 2022.05.04 |
---|---|
가톨릭환경연대, 생태습지 용현갯골에서 조류 관찰하고 쓰레기 수거 (0) | 2022.04.26 |
노동자 주일 맞아 애니메이션 '태일이' 4월 22일 상영 (0) | 2022.04.20 |
서울 도심에 울려퍼진 외침 “생명은 선물입니다” (0) | 2022.04.13 |
전국 여성 단체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폐기하라 (0) | 202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