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과 휴교령이 내려진 카슈미르의 아침.
어른들의 긴장 어린 두런거림에서 빠져나온 남매는
전기도 없는 어둑한 방으로 숨어 들어간다.
한 줄기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 걸터앉은 누나는
글자를 모르는 동생을 위해 책을 읽어준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깥세상과 아득한 별나라와
고대 신화 속으로 멀고 먼 여행을 떠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작은 동굴이 필요하다.
지치고 상처 난 내 영혼이 깃들 수 있는 어둑한 방.
사나운 세계 속에 깊은 숨을 쉴 수 있는 고요한 방.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위 사진 작품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