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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빛 사랑 2021. 5. 19. 20:25

[복음의 빛으로 세상보기]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13일 열린 고 이선호씨 추모문화제에서 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영기(요한 사도,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노무사는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죽음에 책임을 묻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5년간 산재사망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건은 4건에 불과하다. 전체 217건 중 98%가 넘는 213건이 집행유예로 나타났다.

    박 노무사는 “한 해 약 2400명의 노동자가 죽지만 1년에 평균 1건도 실형을 선고받지 않고, 선고받은 실형의 최고 형량도 거의 1년을 넘지 않는다”며 “형사처벌 대상자도 기업의 대표이사나 경영책임자가 아닌 대부분 공장장, 현장 소장 등 현장 책임자들”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대표나 최고 책임자가 경각심을 가질 일이 없으니 산재 사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문무기(아킬레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는 노동에서의 ‘양극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 교수는 “최근 계속된 경기악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불안(고용환경 악화)’으로 인해 노동 취약계층이 위험ㆍ위해 작업을 회피ㆍ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사용자)에 대한 근로감독의 강도 역시 최근 다소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노무사와 문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처음 논의됐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이 빠지면서 처벌 대상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적용을 유예하면서 우리나라 산재사고의 핵심을 비켜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노무사는 “산재 사망사고는 기업 규모를 따지지 않고 발생하며 오히려 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함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한 것은 인간 생명과 노동인권 존중의 문제보다 경제적 논리를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벌금형의 하한선을 정하지 않은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해 벌금형의 하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형사제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존재한다”며 “하한선을 각각 재설정하고 ‘상습적’이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산재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책임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재 신청의 경우 업무상 사유로 사고가 났다는 것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목격자를 포함해 사진과 영상 등 관련 자료를 노동자가 준비해야 하는데 사업주의 방해로 자료를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 노무사와 문 교수는 산재 사망사고를 근절하고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박 노무사는 “모든 노동현안에 대해 교회가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 산업재해와 산재 사망의 문제는 교회가 관심을 거두지 말아야 할 중요한 노동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도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재화의 사회적 역할’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며 “산재예방 사업 및 중대재해 보상을 위한 재원 부담을 기업(사용자)에게만 전적으로 떠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부담’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작을 가톨릭교회가 나서서 시작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