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304명 기억하고 남겨진 유가족과 연대하며 정의로운 세상 위해 기도
▲ 세월호 7주기를 맞아 남녀 수도자들과 정의평화 활동가들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엄마들의 상처는 조금도 아물지 않았다. 상처가 너무 깊고 예리해 딱지도 앉지 않았다. 아빠들의 울부짖음도 그칠 줄 모른다. 곡기를 끊고 목숨을 버려도 진실을 밝히려는 외침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곧 살아서 돌아갈게요. 사랑해요. 엄마!”라는 자식의 마지막 문자를 볼 때마다 엄마 아빠는 하염없이 허물어진다.
세월호 7주기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미사가 16일 각 교구와 남녀 수도회 주관으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 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위원회 주관으로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세월호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 활동가 8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박상훈(예수회,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위원장) 신부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는 이 세상의 영속적인 죄악을 드러냈고 동시에 모든 것을 바꾸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세월호는 무고한 304명의 목숨을 죽음으로 이끌어 우리의 타락을 끌어냈다. 이에 박 신부는 “생명을 기록하고 투쟁하는 것은 성스러운 것”이라며 “십자가의 현실에 다가간 사람은 국가 참사인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는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에 이은 추모식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김시연 학생의 어머니 윤경희씨의 글이 낭독됐다. 남장협 사무국장 서광호(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가 대독한 글에서 어머니 윤씨는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국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참사의 목격자인 온 국민의 책무”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서울 광진구 소재 교구 특수사목 사제관에서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 지났지만, 택배 기사 과로사나 비정규직 노동자 사고사 등 우리 주변에 또 다른 세월호가 널려 있다”며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사회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주교는 “참사 7주기를 맞아 ‘기억의 사도’, 유가족과 연대하는 ‘연대의 사도’, 안전한 사회로의 변화를 기도하는 ‘기도의 사도’가 되자”며 “주님께선 우리의 기도와 기억과 연대의 다짐을 세월호 참사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과 기쁨으로 바꿔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대교구는 16일 주교좌 임동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7주년 기억 미사를 봉헌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7년 전 세월호에서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건만, 왜 이들이 배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세월호에 대한 언론의 오보를 지적하며,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언론으로 거듭나 달라”고 당부했다.
수원교구도 16일 안산가톨릭회관에서 교구장대리 문희종 주교 주례로 ‘세월호 7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추모 미사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김건우, 최덕하, 김제훈, 길채원, 김호연 학생의 가족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고 희생자들이 하느님의 품에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했다.
문희종 주교는 미사 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구 소속 신자 학생 20명의 본당과 이름, 세례명을 호명하며,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해주기를 거듭 요청했다. 미사 후에는 문 주교와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유가족들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추모 미사가 없어서 서운했는데, 올해는 이를 기억하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14일 인천교구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안산 단원고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 양옥자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 정평위 페이스북
인천교구 노동사목부ㆍ가톨릭 노동장년부ㆍ정의평화위원회는 14일 교구 사회사목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7주기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교구 노동사목ㆍ정의평화위원장 양성일 신부가 주례했다. 강론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 양옥자씨와의 간담회로 이뤄졌다. 양씨는 “세월호 참사 후 7년이 돼도 진실규명이 되지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교구 노동사목부는 이어 17일 ‘4·16 추모순례’를 진행, 안산 단원고 기억의 교실과 기억전시관을 둘러봤다.
▲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와 사제단이 16일 세월호 7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춘천교구 유튜브 캡처
춘천교구는 16일 교구장 김주영 주교 주례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세월호 7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김용주(철원본당 주임)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7년 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마주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그 아픔에 함께하고 분노했지만, 점차 우리 기억 속에서 그 아픔의 자리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보전하여 인류의 양심이 온갖 지배욕과 파괴욕에 더 강력히 맞서도록 집단 양심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는 16일 창원 사파동성당에서 세월호 7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마산 정평위 부위원장 이병우 신부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진실을 지키고 하느님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관심을 갖자”고 강론했다.
이상도ㆍ리길재ㆍ이정훈ㆍ이학주 기자, 장재학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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