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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는 아빠가 될 수 없나요?”… 주민등록번호 없는 미혼부 아이들

참 빛 사랑 2021. 2. 6. 19:25

국가, 미혼부 실태 알고도 방치… ‘출생 통보제’ 등 제도 개선 시급



8년 동안 출생신고를 미룬 엄마에게 아이가 살해당한 인천 미추홀사건은 국가가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제도의 허점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수년째 제도개선을 미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천 미추홀사건은 지난 1월 8일 사실혼 상태였던 아빠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재촉하자 엄마가 자신의 딸을 질식사시키고, 9일 뒤에는 이를 비관한 아이의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3년 4개월 전인 2017년 11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대법원장에게 출생 통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출생 통보제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분만에 관여한 의사ㆍ조산사 등에게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당시 인권위는 “아동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의료 및 교육적 방임에 놓이게 되고 아동학대는 물론 살해, 유기 등의 심각한 범죄의 피해를 입더라도 발견하기도 어렵다”며 “출생신고 의무는 부모에게 남겨두되, 분만에 관여한 의사 또는 조산사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해 주민등록이 없는 무적자 발생을 막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아동이 태어나면 병원의 등록시스템을 통해 해당 아동에 대한 의료보장번호가 발급돼 국가가 먼저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권고에 앞서 2015년 국가인권위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제도의 실태와 현황, 문제점 등을 광범위하게 모니터링 했다. 인권위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적자 아이들의 존재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 2월이 되도록 국회,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국가기관은 아무런 제도 개선 조처를 하지 않았고, 인천 미추홀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런 비극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미혼부ㆍ모는 3만 3108명이었다. 이중 미혼모가 2만 3936명, 미혼부가 9172명이다. 주목해서 봐야 할 대상은 미혼부의 숫자다. 만여 명에 달하는 미혼부가 키우고 있는 아이 중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다수의 미등록 아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2항에 따르면 미혼부ㆍ모의 자녀는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예외적으로 아버지가 친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ㆍ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 판결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추홀사건의 경우처럼 이혼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부의 자식으로 추정한다는 친생자 추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월 22일 “출생 등록이 되지 못하면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의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출생 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위원장 성명을 4년여 만에 다시 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미추홀구 아버지와 자녀 공동생활가정인 ‘사베리오의 집’에서 생활복지사로 활동했던 정동구(가브리엘, 미리내 천주성삼성직수도회) 수사는 “인천 미추홀사건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국가가 서둘러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베리오의 집에서 생활할 때 고시원에서 아이를 키우던 고3 남학생이 도움을 호소하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미혼부를 위해 교회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