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본당 교무금·헌금 크게 줄어… 교우들과 함께하는 사목으로 어려움 타개해야
▲ 지난달 서울 신천동성당에서 주일 교중미사 중 어린이 첫영성체 예식이 거행돼 가족과 교우들이 함께 공동체 정신을 되새겼다. 신천동본당은 이 같은 전례로 공동체 정신을 도모하며 주일 미사 참여율과 주일 헌금을 자연스럽게 회복하고 있다. 서울 신천동본당 제공
“본당 주일 헌금이요? 말도 마세요. 많이 어렵죠.”
전국 교구의 본당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초부터 미사 참여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주일 헌금과 교무금 수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본당의 재정적 어려움은 내년, 그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본당 사무장은 “연초 미사 중단을 경험하고, 8월에 다시 코로나19 재유행을 거치면서 미사 참여율이 작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주일 헌금도 작년 동기 대비 50%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의 다른 본당도 “교무금 납부를 자동이체로 해놓은 세대는 꾸준히 내고 계시지만, 주일 헌금이 현저히 줄어 본당 재정이 간당간당하다”며 “곧 내년 교무금도 새로 책정해야 하는데, 성당에 나오시는 신자 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재정적 어려움은 전국 교구의 모든 본당이 겪는 상황이다. 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본당은 “주일 헌금이 작년에 비해 5분의 2 정도”라며 “주보를 통해 교무금과 헌금 내역을 공개하고, 중요성을 알리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본당은 지난해 9월 말까지 주일 헌금이 약 4억 1800여만 원이 봉헌됐는데, 올해엔 같은 기간 동안 2억 2000만 원 걷히는 데 그쳤다. 미사 참여자 수도 최근 1300여 명대를 회복했지만, 작년과 비교해 절반 선이다. 본당 측은 “8월 코로나19 재확산 때 주춤했던 참여율이 최근 조금씩 오르고, 세례성사와 예비신자 교리교육도 재개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교무금을 사무실에 직접 납부하시는 교우들이 많아 성당에 나오시지 않는 이상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신자들이 내는 교무금과 헌금은 교구와 본당이 펼치는 각종 사목활동 및 사업, 이웃사랑 실천에 쓰이는 마중물이다. 교회법은 교회가 하는 하느님 경배, 애덕 사업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의 의무라지만, 올해처럼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본당 사목자들도 민감한 돈 이야기를 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일부 본당 사목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신자들과 더욱 함께하는 사목적 전환책을 마련해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다. 서울 신천동본당은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전 신자 영명축일 공동축하 행사’를 가졌다. 모든 교우의 축일을 함께 축하해주고, 간소하게 떡 나눔을 하며 그리스도인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다시금 되새긴 것이다. 앞서 10월에는 어린이 첫영성체 예식을 교중 미사 중에 가족과 교우들의 축하 속에 거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에 지친 교우들을 위해 본당이 마련한 공동체 전례 행사들을 기점으로 본당 미사 참여자 수가 1000명을 넘겼다. 평균 2000여 명이던 주일 미사 참여자 수를 향해 본당이 우선 올해 말까지 목표로 한 1000명을 ‘함께하는 성사와 예식’을 통해 일찍 달성한 것이다.
정성환 주임 신부는 “미사 참여자 수가 계속 500~600명 선이었고, 주일 헌금도 3분의 1 정도에 그쳐 ‘이러다간 본당 재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겠다’는 위기감이 컸다”며 “10월 교중 미사 중 첫영성체 예식을 비롯해 교우들이 함께하는 전례를 하면서 거리두기 속에도 신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주님을 찬양할 분위기를 돋는 사목을 선보인다면 얼마든지 본당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2018년 신설된 의정부교구 민락동본당은 현재 임시 성전에서 지내고 있다. 연초 새 성전 건립기금 약정을 막 받는 참이었는데, 코로나19 발생으로 지금까지 약정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강한수 주임 신부는 “타 본당을 방문해 모금활동도 전혀 못 하고 있다”며 “새 성전 건립이 시급한 본당은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강 신부는 최근 신자들에게 새 성전 건립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자들에게 새 성전 건립의 시기와 규모, 예산까지 의견을 들어 공동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더니, 모두가 새 성전을 절실히 원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강 신부는 “어려움 속에도 신자들이 새 성전의 필요성을 재차 절감했다”며 “무조건 ‘기금을 마련하자’는 방식보다, 성당에 나와 전례에 동참하고 의견을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신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씻어주고, 그리스도와 만나도록 배려한다면 교우들의 믿음 성장이 곧 재정 어려움의 해소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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