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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목

3·1운동에 미온적이었던 교회, 반성하고 새롭게.

참 빛 사랑 2019. 12. 15. 20:33


‘한국 사회 100년 역사 안의 교회’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

여성인권 문제·물신주의 팽배한 사회상도 다뤄


▲ 강우일 주교가 8일 열린 ‘한국 사회 100년 역사 안의 교회’ 주제 제9회 사회교리 주간 기념

세미나에서 3ㆍ1운동 당시 교회상을 전하고 있다.




“3ㆍ1운동 당시 교회의 교도권과 성직자들은 민족의 3ㆍ1운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신자들이 이에 관여하지 않도록 지도했습니다.”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 사회 100년 역사 안의 교회’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일제 시절 백성 대다수가 직면했던 고통에 교회가 관심을 쏟지 않고 외면하였으며, 약하고 힘없는 이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거부했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며 일제 강점기 3ㆍ1운동 당시 교회 역할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강 주교는 이날 ‘3ㆍ1운동 정신과 교회의 사명’을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일본 강점기 때는 100년 이상 계속돼온 조선 조정의 지독한 박해와 순교의 역사에 대한 기억이 너무 생생한 시대였고, 1900년대 들어서도 순교에 준하는 희생이 계속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일제 치하에서 새로운 박해 가능성에 대한 교회의 우려가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고 시대상을 전했다.

강 주교는 당시 서울대목구장 뮈텔 주교와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가 교회의 3ㆍ1운동 참여를 반대한 데 대해 “그 시기 세계의 신학 조류가 성직자는 세상의 속된 것에 휘말리면 안 된다는 가치관이 팽배했고, 두 주교는 그러한 입장을 견지했다”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진 지금 교회는 이제라도 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하느님과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자세가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날 교회는 불의와 환난에 맞서 하루하루 힘든 걸음을 하는 백성들의 현실에 연대하는 것이 복음의 길이요, 교회 사명과 존재 이유가 될 것”이라고 시대상에 발맞춘 교회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제38회 인권 주일과 제9회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한국의 100년 역사 속에 펼쳐진 3ㆍ1운동 시기 교회 모습을 비롯해 여성 인권 문제, 오늘날 물신주의가 팽배해진 사회상, 진정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김선실(데레사) 상임대표는 “여성 인권 신장과 의식 향상을 위해 교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구별 여성사목 전담기구 설치 △교구별 사회교리 교육 확산 △신학교 교과과정에 여성신학 과정 개설 △군종교구 내 양성평등 교육 실시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사건과 그릇된 성의식 풍조를 언급하면서 “여성의 삶이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며 “법 제정 못지 않게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과 미비한 관련 법률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동화(부산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돈과 물질을 숭배하고, 사용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물건을 구매하는 삶을 살면서 인간성을 잃고, 물신성만 남는 삶을 살게 됐다”며 “영성과 인격마저 물질과 욕망에 예속되어 사는 우리는 반드시 공동체와 개인의 회개로 나와 이웃, 공동체, 자연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훈(성공회대 평화학) 교수는 사회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평화 세우기’ 방법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사회 갈등의 근본원인을 찾아 관리하고, 일상에서 폭력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감수성을 키우며, 갈등 관리와 시민적 역량을 모아 제도를 구축하는 등 변혁에 가까운 사회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