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살다보면

[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행복을 찾는 소비트렌드, 소확행 .

참 빛 사랑 2019. 1. 2. 21:55





“수녀님, 저, 일본 여행 다녀왔어요.”



“상담은 언제 시작할 건데?”


“그게…. 조금 늦추면 안 될까요?”


대학생인 은희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목소리 톤이 올라간 것이 무척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한 달 전만 해도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술을 마셔야만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난 상담을 권했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하니 상담비 감면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니 답답했던 마음이 치료된 것 같은 기분인가 보다.


사실 은희는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 대부분을 여행비로 지출한다. “저에게 여행은 소확행이에요!” 하면서 여행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소확행’이란 유행어가 무척이나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상담은 금방 행복한 느낌을 주지 못하니 주저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나도 은희도 안다. 얼마 못 가 다시 힘들어질 것이고 또 여행을 떠나리라는 것을. 그리고 행복인 것 같은 그 기분은 유효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도.


언제부턴가 ‘소유보다 향유’라는 소비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버릴수록 더 행복한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에 대한 동경이 하나의 유행처럼 붐을 일으키고 있다.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누린다는 소확행, 물론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구에게 과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나로 만족하며 살겠다는 건데 얼마나 좋은 가치인가. 그런데 내 마음 한편에서는 왠지 알 수 없는 씁쓸한 기운이 올라온다. 이 순간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서 웃고 농담하면서도 외로워 못 견뎌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엘리엇(T.S. Eliot)의 말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은희는 여느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고달픈 현실에서 미니멀리스트를 꿈꾸고 소확행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대단한 행복을 원하진 않아요. 그냥 지칠 때마다 여행으로 나를 위로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는 안락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커피 마시고 유명한 맛집에서 식사하고 여유가 되는대로 여행을 다니면서 편안함과 평화를 누린단다.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데 반가워할 일이다. 그런데 그런 기분을 누리기 위해 자주 지갑을 열어야 한다. 엄청난 목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행복한 감정을 얻기 위해 ‘자주’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아주 열심히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소확행이란 감정과 맞바꾸는 느낌이다.


사실 많은 기업이 소확행 마케팅에 열공중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소비트렌드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를 잘 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내놓은 상품을 소비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소유를 원하지 않아요. 그저 향유하고 싶을 뿐.”


소유의 반대는 향유가 아닌 무소유다. 그리고 향유는 또 다른 무형의 소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소유의 시간은 참으로 짧다. 그래서일까? 그 기분을 향유하기 위해 반복되는 소비행위는 습관이 되고 취향이 되어 결국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마치 소비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성찰하기

1 . 나의 존재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요. 친절, 봉사, 미소, 감사하는 마음으로.


2.  행복해지는 감사의 습관을 가져요.


3.  작고 소소한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요. “돌아갈 집이 있어 고마워요.” “기도할 수 있어 감사해요.”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어 행복해요.” “감사할 수 있어 감사해요.”


 4.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나만의 공간에서 말씀을 묵상해요.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느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코헬 7,14)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