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9월 서울대교구청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전지판. 78㎡ 면적에 가로 16.4㎝, 세로 9.2㎝ 크기의 모듈 48장을 잇대어 연간 1만 5770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지난해 12월 27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에 서명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
서울대교구가 서울시와 함께 ‘태양의 도시, 서울’을 만든다.
폐기물을 버릴 데가 없어 ‘화장실 없는 고급아파트’에 비유되는 핵발전에서 벗어나 ‘태양광 발전’ 같은 생태친화적 에너지 생산에 천주교회 또한 동참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게 된 것은 그만큼 화석연료 소비와 핵발전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목적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이다. 화석연료와 핵이라는 두 에너지원이 가져온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 생태적 위기가 그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교회든 지자체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공감이 ‘협약’(MOU)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교회 내 태양광 발전 실태와 과제, 전망 등을 살핀다.
교회 태양광 발전은 아직 ‘걸음마 수준’
‘서울의 모든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시 자료 ‘햇빛도시 서울’에 따르면, 물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 전체 지붕 면적의 40%를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서울시 소비전력의 25%에 해당하는 10T Wh를 햇빛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새해부터 ‘시 어디서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볼 수 있는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니 태양광 설치를 모든 신축 아파트에 의무화하고, 공공건물과 시설 중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다. 도심 5개 권역별로 ‘태양광 지원 센터’를 설립해 상담과 설치, 유지, 사후 관리 등을 지원함으로써 서울시 전체 360만 가구 중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대교구도 이에 동참해 성당이나 부속시설, 옥상, 노는 땅, 주차장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서울시가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게 이번 협약의 골자다. 교구 본당 중에서는 목3동ㆍ우면동ㆍ신정동ㆍ공릉동본당이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다. 대략 20∼40㎾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교구청 옥상에도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연간 1245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한다. 교회가 미래 세대를 위한 선구적으로 생태사도직 실천에 나선 셈이다.
교구는 새해 응암동ㆍ이문동본당에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를 추진한다. 응암동본당은 이미 서울시 지원을 받아 연내 37㎾ 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로 했고, 이문동본당은 서울시의 적정성 평가를 거쳐 설치키로 했다.
“태양광 발전은 생태 위기에 대한 응답”
태양광 발전은 ‘탈핵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1.5%밖에 안 될 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이 중단되는 시기에 부족한 전력분을 충당할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풍력이나 조력 같은 다른 대체 에너지로 이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은 아직 보조적 발전 방식이지 전력 수급망에서 주된 역할을 맡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태양광 발전을 늘려야 할 필요성까지 없는 건 아니다. 태양광 전력 생산 점유율이 10%만 되면, 전체 전력 설비 운용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교회는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둬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핵발전의 위험을 피하며, 화석 연료의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제26항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원 배출을 과감하게 감소시켜야 한다”고 호소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좀더 효과적으로 본당과 신자들 집에 태양광 발전을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교육이 필수적이다. 본당과 가정에서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작은 실천이 결국은 동시대와 미래 세대에 고통과 부담을 지우지 않는 ‘착한 에너지 소비’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물론 30㎾ 기준으로 4000만 원쯤 되는 설치 비용도 적잖은 부담이고, 채광 시간이 길지 않으면 태양광 설비 설치가 어렵다는 점도 난관 중 하나다.
그럼에도 성당에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 햇빛을 이용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교회가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은 생태 위기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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