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운동하세요?"
건강 검진 후 상담 중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래와 같이 대답을 합니다.
"살 빼야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어서요.
약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대서... "
"당뇨가 있는데,
약보다 운동으로 조절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골다공증에 좋아서…."
"심장에도 좋고 중풍에도 좋아서…."
그런데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 중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운동 효과를 잘 모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운동의 효과와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운동의 의학적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운동 목표를 너무 거창하게 잡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 많은 의사들이 운동을 권장하는 것은 운동의 의학적인 효능이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학적으로만 운동에 접근하면 재미가 없고 지속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런 저런 효과 때문이 아니라 기분이 좋고 재미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려면 최소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간단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약간 다른 식으로 설명을 해 볼까요?
운동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속하기 어려운 데 반하여, 흡연은 일단 접하기만 하면 쉽게 빠지고 중독됩니다. 이유가 뭘까요?
흡연을 하면 니코틴을 포함한 화학물질이 뇌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이 거의 10초 이내에 일어납니다. 즉 담배를 태우면 10초 안에 만족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단기간에 만족도가 증가하다 보니 한 대, 두 대 늘어나 어느새 한 갑, 두 갑이 되면서 장기흡연자가 되고 맙니다. 즉 순간의 만족감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니코틴 중독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물드는’ 우리 몸의 중독 과정을 운동에 전략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흡연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단기간의 만족감을 운동을 할 때도 경험하는 것이지요. 물론 운동 시 만족감을 경험하는 것은 흡연으로 만족감에 이르는 과정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속성으로 만족감을 얻는 흡연과는 달리 운동은 일정 강도로 일정 시간 지속해야 신경물질이 분비되어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즉 운동 만족감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힘도 듭니다. 흡연은 짧은 시간 안에 빨아들이는 노력만 하면 되지만, 운동은 온몸을 움직이며 장시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운동을 지속할수록, 운동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 과정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운동으로 땀을 빼다 보면 기분이 고양되고 더 힘이 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운동 후 고양감(exercise high)’이라고 합니다. ‘운동 후 고양감’은 운동 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로 인하여 느끼게 되는데, 마라톤을 할 때 느끼는 ‘러너스하이(runner's high)’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유명한 보디빌더이자 영화배우인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역기를 들어 몸이 부풀어 오를 때 이런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평생 이런 느낌을 가져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운동 약효를 경험하려면 어느 정도의 운동량과 운동 시간이 받쳐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운동 초보자의 경우 이러한 경험을 하기까지 더 가벼운 운동 목표를 세우기를 권합니다.
<나만의 가벼운 운동 목표 예시>
• 상쾌한 기분 느끼기
• 가볍게 땀을 내고 샤워하기
• 줄넘기 100개 하기
• 스쿼트 5세트 해보기
• 플랭크 20초 버티기
• 가볍게 근육통 느껴보기
이처럼 나만의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여 만족감을 느껴 보십시오. 이후에 조금씩 목표를 바꾸어 나가면서 운동량도 늘려 보세요. 본인도 모르게 갑자기 ‘운동 후 고양감’을 경험하게 될 것 입니다. 그때야말로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장기적인 목표는 그 이후부터 세워도 늦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하고 단기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 목표를 정해보세요!!
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최호천 교수
최호천 교수는 환자 맞춤형 운동 처방을 통해 환자의 건강증진 뿐아니라, 몸소 운동을 실천하여 건강보디빌딩 생활체육 지도자와 보디빌딩 선수로 활동하는 [몸짱]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