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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분노감이 느껴질 때)

참 빛 사랑 2016. 11. 8. 23:11



[한경 머니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개인 간의 갈등을 주로 해결하는 지금은 분노를 함부로 내보였다가는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 그래서 분노감이 느껴질 때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운전 중 화가 나면 주체할 수 없어요.”

그렇게까지 화 낼 이유가 없는 대상에게 과도한 분노 반응이 나와 당황했다며 분노 조절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사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분노 조절이 안 돼서 힘들어요. 별것 아닌 일에도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심하게 화를 내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리고 나면 금세 제 행동에 후회가 되고 상대방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분노 조절’이라고는 하지만, 저보다 윗사람이나 강한 사람 앞에서는 잘 조절되는 걸 보면 제가 참 못된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분노는 어떻게 다스릴 수 있나요? 그리고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화, 분노는 그 자체로 병적인 감정 반응은 절대 아니다. 분노는 내 마음의 공격성과 연결돼 있다. 무언가 내게 위협이 있을 때 분노 반응이 일어나면서 싸울 태세를 갖추게 된다. 남이 나를 때리는데도 화가 안 나면 내 공격성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분노는 나를 지키기 위해 공격 행동을 일으키는 감정 신호다. 분노해야 결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결투보다는 법체계 같은 사회 시스템으로 개인 간의 갈등을 주로 해결하는 지금은 분노를 함부로 내보였다가는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 그래서 내 분노감이 느껴질 때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외부로 터져 나와 행동화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발생하는 것이다. 윗사람이나 강한 사람 앞에서 잘 조절되는 것은 분노를 표현했을 때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더 강하게 찍어 누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누르다 보면, 뚜껑이 막힌 치약을 꾹 눌렀을 때 옆구리에서 치약이 세어 나오듯, 엉뚱한 곳에서 화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내 차 앞에 끼어 든 차의 운전자가 평생의 원수처럼 느껴져 보복 운전까지 나오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

요약하면, 분노 자체는 병적인 반응이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표현을 하면 분노는 공격이기에 관계는 일단 손상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찍어 누르면 분노는 더 진하게 성숙되고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를 하게 돼 나에게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그리고 분노감을 참으며 억지로 겉으로만 아무 일 없는 척 유지하는 관계도 내게 유익을 줄 것은 없다.


화를 낼 가치가 있을까

분노라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노를 그냥 참고 마음 안에 쌓아 두다 보면 묵은 김치처럼 더 시큼하게 발효가 돼 버리기에, 그때그때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창한 철학적 대안은 아니고 일상에서 써볼 만한 소박한 분노 대처법을 소개한다. 우선 분노감이 생기면 하루 정도는 표현하지 않고 내 감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흥분한 상태라 과도한 공격 반응이 나와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고, 내 마음 상태가 안 좋아 그냥 지나갈 일에도 화를 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에 혈당이 떨어져 배가 고플 때 부부싸움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경우는 화 낼 필요 없이 밥을 먹으면 분노가 가라앉게 된다.

수일간 감정을 지켜보았는데도 분노감이 지속된다면 ‘화를 낼 가치’가 상대방에게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내 마음도 다치게 하는 일이기에 그럴 가치가 없는 상대라면 그냥 관계를 멀리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거두는 것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분노 반응은 내가 아픈 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는 공격인데 오히려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어찌됐건 성숙한 행동은 아니므로 도리어 상대방이 ‘착한 척 하더니 너 그럴 줄 알았어’란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를 낼 땐 구체적으로

화를 낼 가치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나를 속상하게 했는지를 말해주어야 한다. 구체적인 지적 없이 격분한 나머지 그냥 통으로 “넌 성격이 이상해”, “넌 가망이 없어”, “너희 집안은 왜 그러니” 하는 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면 이것은 관계 개선이 될 수 없다. 마음의 상처만 더 커지게 된다.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여자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내는 것이 매우 싫었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아 싸움도 잦고 이별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막연히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종이에 구체적으로 2~3개 항을 적어 이것을 지켜 달라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일 관련으로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인 만남까지는 하지 않기’ 등으로 말이다. 어차피 헤어질 생각도 있는데 밑져야 본전이지란 생각으로 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관계가 좋아져 연애를 잘 하고 있다. 그렇게 여러 번 화를 냈는데도 여자친구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모르고 있었고 의외로 여자친구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여 놀랐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섭섭한 것을 이야기할 때는 칭찬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이런 점은 참 좋아. 그런데 이런 점이 나를 화나게 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야 상대방이 자신의 변화에 기분 좋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좋은데 더 좋은 사람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