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가톨릭 한국교회 종합

생태 보호에서 인공지능까지…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한 교황

참 빛 사랑 2025. 4. 28. 14:34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4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OSV

‘인류 공동의 집’ 보호 앞장선 교황

“무기를 든 전쟁이 아니더라도 기후변화와 빈곤 또한 인간이 공정한 자원의 분배를 거부하며 자연과 행성 지구에 선포한 소리 없는 전쟁의 병든 결실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희망」 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초기부터 생태 보호에 앞장섰다. 이는 생태 보호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평화와 정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본 결과다. 교황은 때마다 “평화와 정의, 그리고 창조 세계의 보전은 절대적으로 연결된 주제로 분리해 개별적으로 다룰 수 없다”며 “기후위기를 그대로 둔다면 자원 부족과 이주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불안정성과 갈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성찰의 결과가 교회 역사상 첫 ‘생태 회칙’인 「찬미받으소서」(2015)다. 「찬미받으소서」는 현직 교황이 생태와 피조물 보호를 주제로 쓴 최초의 회칙으로서 지구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황은 6장 246항에 걸친 회칙을 통해 우리가 사는 공동의 집, 곧 지구를 돌보는 데 대해 교회 관점에서 성찰하며 회개와 행동을 촉구했다. 특히 교황은 생태 위기의 근원이 인간의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에 있다고 비판하며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생태교육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교황은 교회가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는 데 앞장서서 기도하기를 바라며 2015년부터 매년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정해 보편 교회·전 세계 지역 교회가 함께 기도하게 했다. 또 2020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고, 2022년부터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시작했다.

교황의 거듭된 호소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찬미받으소서」는 2015년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합의를 이루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황은 명확해진 위기 속에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세계를 향해 다시금 목소리를 냈다. 2024년 발표한 「찬미받으소서」 후속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를 통해서다. 교황은 이를 통해 자국 이기주의 속에 거듭된 기후 재앙 경고를 외면하는 것을 비판하고 조속히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1년 3월 이라크 모술 광장에서 열린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기도에 참여하고 있다. 교황은 테러 위협과 코로나19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방문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OSV

마지막까지 “평화”, 정의와 화해 향한 굳센 발걸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넘어 전 인류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한 진정한 ‘평화의 사도’였다. 교황은 형제애를 강조하며 세상의 그늘에 있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가장 소외된 변방을 찾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무력 사용 종식을 촉구하고, 대화를 통해 화해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주일 삼종기도는 물론 수요 일반알현까지 매번 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나라와 지역을 일일이 언급하며 평화 회복을 기도했다.

교황은 종교간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형제 교회인 정교회와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를 통일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2024년 인도네시아에서는 6대 종단 지도자와의 공동 선언으로 화해와 평화 증진을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하기도 했다. 대미는 2021년 이라크 사목 방문이다. 교황은 2000년 교회 역사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해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위협으로 교황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평화를 향한 교황의 굳센 발걸음은 막지 못했다.

평화와 화해를 향한 교황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문헌은 2021년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이다. 교황은 자신의 세 번째 회칙이기도 한 「모든 형제들」의 287항에 걸쳐 공동선과 사랑의 실천을 당부했다. 그리스도인과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존엄성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서로를 가르는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이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 존엄성을 지닌 형제·자매로서 모든 목소리를 아우르는 인류 가족을 이루자”고 제안한 것이다. 또 2024년 10월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를 반포해 개인주의·소비주의에 치우친 세계에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금 전했다.

교황은 인공지능(AI)에 담긴 잠재적 위협도 경고했다. 교황은 2024년 1월 1일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AI 출현의 잠재적 위험성에 주목하는 담화를 내고 “진보한 기술은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또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음은 물론 정보의 왜곡으로 불의와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알고리즘이 우리가 인권을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하거나 연민과 자비와 용서가 지니는 본질적인 인간적 가치를 없애버릴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황의 생전 마지막 메시지도 ‘평화’였다. 교황은 선종 전날인 20일 부활 대축일 메시지에서도 “부활의 교회에서 나온 평화의 빛이 모든 성지와 전 세계에 퍼지길” 바랐다. 교황은 특히 “사랑이 증오를 이기고 빛이 어둠을 이기며, 진실은 거짓을 이겼으며 용서가 복수를 이길 것”이라며 “악은 역사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있지만, 더 이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이 시대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10월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마지막 시노드 모임에서 대의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OSV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를 향해

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시대와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현안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동안 정기총회와 임시총회·특별회의를 포함해 6차례의 시노드를 개최해 교회의 사명을 성령의 시각에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먼저 관여한 시노드는 2012년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3차 정기총회다. ‘그리스도 신앙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열렸던 제13차 정기총회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문을 열였지만 2013년 퇴임함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맡게 됐고, 후속 문헌으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발표한다.

이어 2014년에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를 열어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허용과 혼인과 성(性) 문제에 대한 사목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교황은 2015년 14차 정기회의를 열어 후속 문헌으로 권고 「사랑의 기쁨」을 발표하고,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을 주제로 열린 2018년 제15차 정기회의 때에는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를 세상에 내놨다. 이어 2019년 열린 아마존 지역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 회의, 일명 ‘아마존 시노드’는 교회와 통합 생태론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생태계 위기와 원주민 복음화를 위해 교회가 대처해야 할 의무사항을 논의했다.

2018년을 전후해 교황은 시노드 기능을 강화한다. 교황은 2018년 9월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에서 “시노드가 언제나 더욱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단이 바티칸에 모여 여는 총회 전에 하느님 백성과 협의하는 절차가 강조된 것이다. 주교와 사제·수도자·평신도를 포함한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세상과 함께 걷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른 변화였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보여준 것이 2021 ~2023년 3년간 진행된 제16차 정기총회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 ‘친교·참여·사명’을 주제로 진행된 제16차 정기총회는 지역 교회와 대륙, 보편 교회 차원까지 모든 교회 구성원이 성령의 이끄심에 따르는 대화에 참여했다. 이후 교황은 별도 후속 문헌을 내던 관례 대신 대의원 표결을 거친 「최종 문서」를 그대로 승인하며, 시노드 정신의 모범을 보였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